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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①]‘新고려장’ 해외에 노부모 버리는 ‘인면수심’ 자식들
뉴스종합| 2017-06-14 10:00
-노인학대, 2015년 3818건 10년 새 67% 증가
-방임ㆍ유기 등 16% 차지…“생명과 직결”
-“자식에 버림받았다“ 충격 탓 병세 악화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슬하에 2남 3녀를 둔 80대 여성 김모 씨는 사회적ㆍ경제적으로 완전히 고립됐다. 막내아들을 따라 필리핀에 갔지만 곧 홀로 남겨졌다. 사업이 부진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들은 다른 형제들에게 “어머니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쳐 장례비용을 받아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김씨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치매 증상까지 나타났다. 아들은 쇠약해진 노부모를 필리핀의 한 모텔에 유기하고 도망갔다.

#2. 명문대학을 졸업한 60대 후반 한모 씨는 외동딸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씨는 의료보험 제도가 취약한 미국에서 치매에 걸렸다. 딸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어머니를 부양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명찰을 착용한 채 인천 공항을 떠돌던 한 씨를 발견해 임시보호소로 인계했다. 명찰에는 ‘어머니를 서울에 있는 양로원에 보내달라’고 적혀 있었다. 현재 한 씨는 무연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이처럼 매년 증가하는 노인 학대는 신체적ㆍ정서적 학대에 국한되지 않고 방임ㆍ유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15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 학대는 2006년 2274건에서 2015년 3818건으로 10년 사이 67.9%나 늘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2015년 신고받은 사례 중 실제 학대 사례 6154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정서적 학대’(37.9%)와 ‘신체적 학대’(25.9%)가 가장 많았으나 ‘방임’(14.9%) ‘유기’(0.8%)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는 말 그대로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행위이며 방임은 부양의무자가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해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다. 장기간 방임 및 유기는 노인의 영양상태 불량 등으로 이어져 노인의 생명을 위급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미정 서울남부노인보호기관 사무국장은 “고려장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노부모를 산에다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노부모를 해외 여행지에 버리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학대 노인 입장에서는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정서적ㆍ신체적 학대만큼이나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병세나 치매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사무국장은 “최근 5년 동안 노부모를 해외에 버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방임과 유기는 눈여겨 봐야 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염지혜 중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부모 방임ㆍ유기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사회ㆍ경제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며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부모를 봉양하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났을 것이고 전통적인 효 개념과 부양의식이 약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식이 부양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노쇠한 부모를 충동적으로 유기ㆍ방임하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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