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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중국 ‘기부왕’ 누가 있나?…기업가부터 왕홍까지
뉴스종합| 2017-06-14 11:03
[SUPERICH=이세진 기자] 당나라 때 한 고승의 이야기,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一日不食)”. 천 년이 넘게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전해져 온 이 격언은 중국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노동으로 얻는 결실을 소중히 여기는 중국인은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공짜로 주는 ‘기부’에 인색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과 기업가들의 기부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차이나머니의 엄청난 성장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지난 8일 중국 부자연구소로 유명한 후룬(胡潤)연구소는 중국 부호 3000여명의 기부 현황을 조사해 ‘후룬 자선가 순위 2017’를 발표했다. 왕젠린, 마윈, 마화텅 등 잘 알려진 억만장자들의 이름이 눈에 띄는 한편, 이들보다는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거부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부호들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년 간 기부한 총액은 23억5190만달러(2조6536억원)에 이른다. 기부 분야로는 교육(44%), 사회복지(20%), 빈곤퇴치(17%), 재난구호(3%) 순으로 많았다.

쉬관주 트랜스파그룹 회장

가장 큰 손을 내민 부호는 쉬관주(徐冠巨ㆍ56) 트랜스파(Transfarㆍ중국명 추안화) 그룹 회장과 그의 가문이었다. 2004년부터 매년 발표된 ‘후룬 자선가 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자마자 1위로 올라서는 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쉬추안화(徐传化ㆍ82)와 함께 1986년회사를 함께 차린 그는 올해 4억3000만달러(4852억원)를 기부했다. 화학ㆍ물류회사인 트랜스파는 산하에 트랜스파 자선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재단은 빈곤퇴치, 건강, 교육신장, 농촌발전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쉬관주 회장도 재단을 통해 지난해 10월 기부를 진행했다.

현재 명예회장으로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 쉬추안화는 1986년 2000위안을 빌려 액상비누를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일년만에 빚을 다 갚을만큼 번창한 사업은 2015년 기준 연매출 53억위안(8812억원)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룹 핵심계열사인 트랜스파 즈롄은 2004년 심천거래소에 상장됐다. 블룸버그가 추산한 쉬추안화의 자산은 49억7000만달러(5조6111억원)다. 

천이단 텐센트 공동창업자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뒤이어 천이단(陳一丹ㆍ46) 텐센트 공동창업자가 3억2000만달러(3612억원)를 기부해 2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교육상인 ‘이단상(Yidan Prize)’를 출범시켰다. 이단상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 상은 교육 연구 및 개발 분야의 혁신가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천이단은 한 인터뷰에서 “가오카오(高考ㆍ중국 대학입학시험)를 준비하면서 엄청난 압박을 느꼈던 것이 이 상의 출발”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오는 9월 초대 수상자가 배출될 예정이다.

1998년 마화텅, 장쯔동 등과 함께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를 세운 천이단은 2013년 회사를 떠났다. 재직 당시 CAO(최고행정책임자)를 맡았던 그는 현재 텐센트의 종신 고문으로 남아 있다. 

쉬지아인 에버그란데 회장

3위는 1억8000만달러(2032억원)을 기부한 쉬지아인(許家印ㆍ59) 에버그란데(Evergrandeㆍ구 헝다) 그룹 회장이다. 쉬지아인은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함께 ‘개발부자’로 잘 알려진 부호다. 그는 1996년 광둥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를 세워 자산을 불리기 시작다. 사업 초기 헝다는 중산층 이상 주민들을 위한 아파트를 팔았다.

2009년 홍콩증시에 IPO 당시 7억2000만달러로 상장한 헝다는 쉬지아인 회장의 개인 자산도 크게 불렸다. 현재 포브스가 추산한 쉬지아인의 자산은 238억달러(26조8000억원)이다.

쉬지아인은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2010년 광저우 에버그랜드 FC를 사들이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 2013년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중국 ‘왕홍’ 파피장

기부 금액 상위권에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9200만달러ㆍ6위),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2000만달러ㆍ18위), 마화텅 텐센트 회장(1900만달러ㆍ21위) 등도 포함됐다.

30세의 인터넷 스타 파피장(Papi酱)이 최연소 기부왕으로 꼽혔다. 파피장은 인터넷 유명세를 기반으로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판매하는 왕홍(網紅) 가운데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웨이보에서 2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파피장에 대해 중국 업계에서는 그의 3억위안(498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파피장은 장이레이(姜逸磊)라는 본명으로 340만달러(38억원)을 기부해 74위에 올랐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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