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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반려동물 시대, 대형마트의 역주행
뉴스종합| 2017-07-20 11:24
“동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아, 전시한다는 표현이 좀 그렇긴 하네요…어쨌든 전시 관련 규정은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시대라고 한다. 애완의 대상이던 동물들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의 존재이자 가족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기견 ‘토리’를 청와대 퍼스트 도그로 맞이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5년만에 4.4%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2020년엔 5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대형마트에선 여전히 살아있는 동물들을 전시(?)하고 바코드를 붙여 ‘판매’한다. 상품이다 보니 이들은 진열 대상이 되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폐기 처분 되기도 한다.

최근 이마트 원주점 내 한 펫숍에서 판매중이던 토끼가 피부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쓰레기장에 내다 버려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리지침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해당 사실을 시인하고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내심 찜찜하다.
이마트는 특히 애견샵 브랜드 ‘몰리스펫샵’을 운영하며 유리 전시장에 강아지들을 풀어놓고 고객들이 지나가며 구경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진열된 강아지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팔리지 않은 개가 어떻게 처리 되는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마트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도 거북이, 토끼, 물고기 등 작은 동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규칙적으로 사료를 주고, 일정 조건에 맞춰 물갈이를 하며, 충분한 새 톳밥을 깔아주는 등 본사에서 점포마다 내리는 관리규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형마트 본사가 아닌 외부업체가 입점해 판매하는 형태이다 보니 동물들의 관리는 업체 손에 전적으로 맡겨질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과도한 조명, 좁은 진열장 등으로 인한 모든 스트레스는 작은 생명들의 몫이다.

반려동물 시대를 맞아 대형마트의 동물판매 자체에 대한 유통업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마트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곳이지, ‘생명’들이 가격표를 달고 진열돼 있어야 할 곳은 아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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