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대통령의 맥주’ 강서ㆍ달서맥주, 조물주는 따로 있었다
뉴스종합| 2017-08-21 06:42
-강서맥주 등 성공시킨 김홍석 홈플러스 바이어
-“한국맥주 별로” 외신기자 말에 오기로 판매뚫어
-“지역맥주처럼 막걸리도 세계의 술로 만들고싶어”



[헤럴드경제=구민정ㆍ박로명 기자] ‘대통령의 맥주’로 떠오르는 맥주계 신흥강자들이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의 만찬주로 뽑힌 지역맥주 ‘강서맥주’와 ‘달서맥주’가 그 주인공이다.

중소형 맥주 제조업체 제품인 이들이 하루 아침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강서맥주의 ‘맛’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판로개척에 나선 홈플러스 차주류팀 김홍석(41) 차장이 없었다면 지역맥주들은 여전히 대중을 만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맛 좋은 맥주를 찾아 고객에게 소개하기 위해 전국팔도를 찾아다니는 ‘맥주덕후’인 김 바이어와 함께 ‘맥(麥) 토크’를 나눠봤다.

김 바이어가 지금의 ‘강서맥주’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2년 한 주류박람회 자리에서였다. 당시 설립 1년밖에 되지 않은 국내 최초의 중소형 맥주기업(Craft beer company)인 세븐브로이의 맥주를 맛본 김 바이어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후 김 바이어는 무작정 세븐브로이가 운영하는 펍에 찾아가 “열심히 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엔 대형마트에 납품할만큼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세븐브로이 측에서도 걱정했지만 국산맥주가 맛있고, 다양한 구색을 갖출 가능성을 확신한 김 바이어를 믿었다. 결국 국내 최초 프리미엄캔맥주 ‘세븐브로이IPA’는 홈플러스에서 단독 출시됐다. 

‘대통령의 맥주’로 떠오른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김홍석 홈플러스 차주류팀 차장.

김 바이어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던 대니얼 튜더가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말해 충격이 컸다. 언젠가 한국 맥주의 가능성을 시장에서 증명해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세븐브로이IPA 이후 세븐브로이 뿐만 아니라 KCB(korea craft brewery) 등 다양한 국내 중소맥주회사들과도 접촉했다.

기획 과정에서 ‘지역’을 콘셉트로 잡은 것도 국내 맥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영어 이름 일색이던 국내 맥주시장에 투박한 서체의 한글이름을 새겨넣어 소비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점은 강서맥주, 달서맥주, 해운대맥주, 서빙고맥주 등 지역 이름이 들어간 맥주가 실제로도 해당 지역에서 더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강서맥주의 경우 홈플러스 점포 중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강서점과 가양점의 강서맥주 판매량은 전국 평균보다 3.2배 가량 높다. 달서맥주의 대구지역 판매량도 전국 평균보다 1.3배 높고, 특히 제품명으로 사용된 달서구 지역 내 점포의 판매량은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해운대맥주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홈플러스 점포 10곳 중 9곳이 부산ㆍ경남지역에 위치해 있다.

홈플러스가 판매중인 전국 주요 지명을 딴 ‘지역맥주’ 시리즈.

김 바이어는 “지역맥주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겠고, 우리 지역을 이름으로 딴 맥주를 출시해준 데 대한 고마움도 있는 것 같다”며 “국내 맥주, 특히 크래프트맥주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제 국산 맥주는 세계 시장을 넘보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미국 사이판, 홍콩, 대만, 중국 상하이 등 4개 도시를 대상으로 누적 수출량만 28만8000병에 달한다.

김 바이어는 향후 국내 맥주시장에선 ‘세대적 경험’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20~30대를 중심으로 ‘혼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편하게 병째로 즐길 수 있는 크래프트 맥주 시장성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젊은 세대에 주는 매력은 ‘다양성’이다. 같은 사람도 제각각 매력이 다르듯 크래프트 맥주도 마찬가지라는 것. 김 바이어는 “라거, 페일 에일, IPA, 흑맥주 등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마니아 입맛에 맞춘 강한 맛부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맛까지 내는 게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010년 80개 가량이었던 홈플러스에서 취급하는 맥주 종류는 현재 360개에 육박한다.

김 바이어의 다음 목표는 ‘막걸리’다. 특유의 누룩 맛을 잡아 지역 막걸리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싶단다.

“술이 맥주랑 소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유럽지역에서 먹던 와인이 세계의 술이 됐듯 막걸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드는 곳마다 맛도 다르고 그만큼 매력적인 술인데 찾는 사람이 줄어 아쉽습니다. 강서맥주, 달서맥주처럼 지역막걸리 시리즈도 성공하고 싶어요. 막걸리, 진짜 참 맛있는데….”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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