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징성 큰 재판”…이재용 선고 방청권 경쟁률 ‘15대 1’ 역대 최대
뉴스종합| 2017-08-22 14:51
-30석 추첨에 朴지지자 등 454명 응모
-법원 “선고공판 사건 관련자들 위해 좌석 줄여”
-‘이재용 동정론’vs‘유전무죄 무전유죄 안돼’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사건 관계인 및 언론 등을 제외한 30석에 대해 추첨하겠습니다.”

법원 직원의 말이 끝나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공판 방첨권 추첨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였다. ‘왜 30석 뿐이냐’, ‘기자들 좌석을 줄여라’ 등 항의하는 목소리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 중년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법정 재판의 경우 관례상 70여 명이 들어갔는데 왜 30명만 들어가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공판 방청권을 응모한 시민들이 추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는 이 부회장 재판의 방청권 응모자 454명이 몰리며 15대 1의 역대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5월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 경쟁률인 7.7대 1보다 높다.

법원은 대법정 방청석 150석 가운데 30석을 일반 방청객에 배정하고 나머지 120석을 사건 관련자와 취재진, 경호인력의 몫으로 남겼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응모자들의 강한 불만에 법원 직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68석을 배정했지만 이번에는 질서유지나 보안을 위해 (좌석을) 줄였다”며 “지난 결심 공판의 경우 피고인 가족들과 변호인들이 다 못 들어왔다. 선고 공판에는 관련자들이 많이 오다보니 일반인 방청석을 줄이게 돼 양해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방청권 접수를 받았다.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선 줄에는 취재진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비롯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침 7시부터 출근도 미룬 채 법원을 찾았다는 장명익(37)씨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기 위해 부지런히 나왔다”며 “워낙 중요한 재판이기 때문에 후배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당첨되면) 당일엔 휴가내서 와야겠다”고도 덧붙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방청권을 응모하러 온 대학생 한숙현(24·여) 씨는 “전공이 정치외교학과이다 보니 관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와야 할 것 같았다”며 “자본이 정치와 연결돼 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 응모장소 안내 문구와 법정 앞에 줄지어 선 시민들

반면 이 부회장에 대한 동정론이나 재판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 결심공판에도 아침 6시부터 줄을 서 재판을 봤다는 이모(67·여)씨는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났다”며 “뇌물을 준 사람이 죄가 없으면 박 전 대통령도 우병우도 (죄가) 없고 다 무죄로 석방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초동에 거주하는 심재숙(63·여)씨는 “이 부회장이 걱정돼서 왔다”며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를 묶어 놓으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냐”고 성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재판 방청권을 추첨할 때 안면을 텄다는 응모자들과 얘기를 나누며 “똑같은 마음이라 금방 친해졌다”고 했다.

이날 당첨권을 쥔 김상준(68) 씨는 기분 좋게 웃으며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 중에 추첨이 됐는데 한편으로 좋은 일은 아니다”며 “이 부회장이 너무 안타깝고, 같은 경남 의령 사람으로서 마음 속으로나마 건강하시라고 빈다”고 털어놨다.

한편, 추첨에 떨어진 시민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 부회장의 선고 생중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자녀들과 함께 법원을 찾은 이계향(54·여)씨는 “이 선고는 상징성이 크다. 삼성과 이 부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 사회를 정상화하는 시발점”이라며 “이 재판은 공익이 달린 문제인만큼 생중계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시민들도 이런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의식이 깨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ula@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