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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탐색]삼성역 ‘노출심한 日 10대소녀 캐릭터’ 스크린광고 논란
뉴스종합| 2017-09-28 09:30
-시민 열에 아홉 “공공장소인데 너무 선정적”
-서울교통공사 “노출 등 광고심의규정 존재”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볼 때마다 선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얼굴은 미성년자 같은데, 고등학생인가요?”

많은 유동 인구로 붐비는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승강장에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대형 광고판에는 3면으로 구성된 일본 캐릭터의 대형 스크린광고가 설치되어 있다. 사람 키보다 큰 대형 이미지 속 캐릭터가 입은 상의는 가슴팍이 깊이 파인 크롭 탱크톱이다. 가슴 부분이 망사소재로 그려져 비칠 듯 말듯한 느낌이 강조돼 있다. 한뼘 길이의 테니스 스커트를 입고 두 팔로 머리를 감싸쥔 채 한쪽 다리를 들어올린 자세 역시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시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열에 아홉은 “선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프로필상 신장이 158cm, 몸무게는 42kg라는 일본의 홀로그램 소프트웨어 하츠네 미쿠. 미쿠의 프로필상 나이는 16세, 한국 나이로 중학교 3학년이다. 이 광고는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국내의 팬들이 광고비를 모아 게재한 것이다. 

삼성역 개찰구에서 바라본 광고판 전경(좌), 노출된 캐릭터 이미지(우).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측면에 설치된 영상광고의 한 부분.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중간고사가 끝나 코엑스에 영화를 보러왔다는 대명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해당 광고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캐릭터와 동갑인 16세 학생들이다.

캐릭터의 나이를 알려주지 않고 의견을 물었지만 이모(16) 양은 “선정적이다”, “광고 내려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캐릭터가 학생들과 동갑이라고 밝히자 이번에는 입을 모아 불쾌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박모(16) 양이 “이거 소아성애 아니에요?”라고 되묻자 친구 홍모(16) 양이 “저도 소아성애로 보인다”고 답했다. 일행인 김모(16) 양도 “우리 또래의 모습이 저렇진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견혜민(32) 씨 역시 교육적 측면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견 씨는 “공공장소에 게재할 광고는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선정적인 컨텐츠에 많이 노출돼 무감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공장소에서까지 봐야하냐”고 지적했다. “요즘 게임 광고도 선정적인 이미지가 많지 않냐”는 40대 일행의 반박에 “게임 광고는 순간 지나가는 영상이지만 (삼성역 광고는) 고정된 채 계속 노출되는 이미지여서 문제가 더 크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60대 이상의 반응도 비슷했다. 최모(65) 씨는 “뭐하러 어린 애를 저렇게 가슴 다 보이게 야하게 그려놓냐. 어른들은 몰라도 애들이 지나다니면서 매일 볼텐데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는 임모(21) 씨도 “이 캐릭터 안다. 학교가 근처라서 지나다니면서 계속 봤던 광고인데 그때마다 선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 전공자 측면에서 봐도 그렇다”면서 “공공장소인데 기왕이면 패션이라든지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광고가 많은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시민들이 선정적으로 바라보는 해당 광고가 버젓이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 20여명의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로 구성된 심의위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마다 선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정적인 광고에 대한 심의규정이 존재한다. 치마가 많이 짧거나 가슴의 2/3정도가 노출되면 실사가 아닌 게임 캐릭터등 2D도 규제 대상이다. 게임광고 역시 연령가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코레일 등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심의규정을 강화하기는 어렵다. 삼성역 광고와 같은 사례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향후 규정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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