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제광장-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주택금융 공공성의 두가지 지향점
뉴스종합| 2017-09-28 11:20
한국의 주택금융시장은 산업화와 더불어 빠른 성장을 이뤘다. 주택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경제에 큰 상처를 남긴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기업대출 부실률이 급증함에 따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공급으로 영업방향을 전환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대출은 기업부문에 집중돼 있었고, 가계부문은 거의 없었다. 당시 국내 주택금융은 전세 같은 비제도권 금융이 주가 됐다.

당시 전세에 적용되는 이자율(전월세전환율)은 은행대출보다 사채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가계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이 현격히 낮은 상황에서 전세제도는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주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됐다. 당시 전세보증금(1995년 기준 추정) 규모는 은행 가계대출의 4배에 달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자산 축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주거비용 부담을 낮추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는 거주목적뿐 아니라 투자(혹은 투기)목적의 주택구입도 용이하게 해 주택가격 상승을 가속화하는 부정적 효과도 갖는다.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 유형이 변동금리ㆍ만기일시상환대출에 집중되면서 상환부담을 미래로 연기해 주택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투기성 주택 투자를 증가시킨 측면이 있다.

민간 주택금융기관은 대출의 용도와 목적, 나아가 대출로 인한 사회적 효용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주거 개선의 사회적 효용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의 주거목적 주택 구입을 위한 민간 주택금융 자금은 과소 공급된다. 반면 주택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투자용 주택금융은 과대 공급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주택금융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은 실수요층 지원과 주택금융시장 구조 개선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성 제고에 있다.

현재 실수요층 주택금융지원은 내집마련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과 같이 일정소득기준 이하 및 무주택자(또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택금융시장의 안정성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후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이 가계부채 증가로 주택시장과 거시 경제 전반의 침체를 겪으면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주택금융의 구조적 안정성은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적격대출, 안심전환대출 같은 상품들이 대표적인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한 주택금융 상품이다.

고정금리ㆍ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출의 발생을 구조적으로 감소시켜 안정성을 제고한다.

2012년을 기점으로 정부의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이라는 정책목표하에 한국은 유례없이 빠르게 주택금융 구조를 변환시켰다.

국내 주택금융은 비제도권 중심에서 제도권 시장의 확대로 1단계 성장했고, 실수요층 지원과 주택금융 구조개선 등 공공성을 강화하며 2단계 성장을 했다.

금융기관의 혁신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금융플랫폼의 등장으로 한국 주택금융시장도 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주택금융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주택금융의 사회적 효용과 구조적 안정성 제고 필요성은 기술 부족에서 야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주택금융의 공공성 구현 방식은 기술혁신에 대응하는 고민과 변혁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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