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광우병 고초’ 겪었던 보수 야권, FTA 복수혈전
뉴스종합| 2017-10-13 09:14
- 광우병 난리에 ‘매국노’ 소리까지 들어
- 정부ㆍ여당된 당시 야권, 재개정 어떻게 풀어갈까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불거지자 보수 정치권이 이를 갈고 있다. 집권 여당 시절, 진보 야권으로부터 수모 수준의 공격을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비난의 대상이었던 몇몇 정치인들은 ‘그때 왜 그랬냐’며 진보 정치권을 지적하고 있다.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FTA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그는 광우병 사태와 관련 정치권의 질타에 결국 장관직을 물러나기까지 했다. 정 최고위원은 2008년 쇠고기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에게 “어느 나라 장관이냐, 한심스럽다”, “미국 장관 아니냐”, “양심적이지 않다” 등 십자포화를 맞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 최고위원은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시를 “청문회까지 열어서 얼마나 방해했는지 (모른다)”며 “마치 FTA를 체결해서 미국에 대한민국을 종속시키고, 국민주권을 팔아먹는다는 식이다”고 기억했다. 이어 “매국노로 몰아서 결국 창피당하고 책임(사퇴)까지 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야당 주도로 해임결의안이 결의되기까지 했다. 그는 결국 ‘죽일 놈’ 돼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고초는 정치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 6월엔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에 찾아갔다가 시민에게 둘러싸여 욕만 먹다가 돌아갔다. 쇠고기 협상 경위와 설명하려 했지만, 만사 헛수고였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돌아가는 장관을 쫓아 매국노라고 놀렸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 명예회복을 시켜주는 느낌이다”고 했다. FTA가 대한민국에만 천문학적 경제이익을 준다며 재협상을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FTA가 ‘잘된 협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광우병 난리와 수조 원의 경제적 손해를 입고 나라가 결딴난다는 FTA 관련 주장들, 사실이었냐”며 “지금 대한민국이 미국경제에 종속됐느냐, 한반도가 광우병에 걸렸냐”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매국노 비판’에 이를 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1년 10월 한미 FTA 비준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통진당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나를 매국노 이완용에 비유했다”며 “만약 (이번 FTA 협상에서) 국익을 손상하는 협상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대표는 “어떻게 협상해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한미 FTA 재협상을 두고 이번에도 좌파 광신도들이 한미 FTA 폐기를 광화문 촛불로 주장하는지 한번 지켜볼 것”이라며 “반미를 외치면서 우리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극렬하게 반대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거꾸로 국익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했고, 협정 자체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태도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쇠고기 문제를 포함해 기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합의됐던 내용보다 후퇴했었다”며 “미국이 하자는 대로 했던 것이고 당당하게 협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다”며 “일부 시민단체서 독소조항 등을 들어서 이야기(비판)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시민단체들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때린 쪽과 맞은 쪽, 여야가 같은 FTA 사태를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은 이미 FTA 폐기까지 생각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방문한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의 일원인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저희가 워싱턴에서 느낀 감은 폐기로 간다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같이 방미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살리고자 한미 FTA를 죽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에 있었다”고 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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