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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토리]“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 기업 생존은 ‘네트워크’에 달려있다”
뉴스종합| 2017-10-20 09:33
- 전세계 1만명 과학자ㆍ발명가 네트워크로 기업들 문제 해결하는 공유형 연구개발(R&D) 업체 ‘지노바아시아’ 김용성 대표
-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패스트 팔로워’ 전략 안 먹혀”
- “마이크로소프트 AI 담당만 1000여명, 우리가 경쟁하려면 전세계 인적 네트워크 활용만이 답”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공유경제가 화두인 시대다. 폐쇄적 기업이나 개인 등이 홀로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지성의 힘이 삶을 변화시킨다. 연구개발(R&D)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의 시대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게 전 세계 과학자들을 활용한 공유 모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 등장하는 업(業)들은 과거와 같은 ‘패스트 팔로워’ 방식으로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1등이 모든 걸 독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제는 세계 최고 인재들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유일한 해법이 될지 모릅니다.”

김용성(55ㆍ사진) 지노바아시아 대표는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 발명가 등과 협업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관련 직원만 1000여 명에 육박한다”며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고선 4차 산업혁명의 각종 신기술에서 우리 기업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노바는 전 세계 1만 명 이상의 과학자와 발명가, 엔지니어 등과의 네트워크로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이른바 ‘공유형 R&D’ 서비스 업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前) 최고설계책임자(CAO) 에드워드 정이 설립했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다. 노키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요르마 올릴라도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했고, 김 대표 역시 지노바 본사 창립 추진 발기인이자 이사회 멤버로 현재 아시아지역 파트너를 맡고 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독자 개발 시대는 갔다…왜 ‘공유형 R&D’인가= 우리나라에도 최근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확산하고는 있지만 ‘공유형 연구개발’은 아직 다소 낯선 개념이다. 이에 “최고의 영화배우들을 떠올려 보세요. 자기 뜻대로 시나리오를 고르고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촬영하죠. 세계 최고 수준의 발명가나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기업이 데리고 있기 어려운데, 네트워크로 이들의 잉여 능력을 활용해 기업의 솔루션을 찾는 개념이 바로 공유형 R&D입니다.”

지노바는 실제 미국은 물론 일본, 이스라엘, 인도 등 전세계에 1만 명 이상의 최고 전문가 인력 풀을 통해 기업들이 봉착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왔다. 글로벌 식음료 회사 펩시도 지노바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식품 가공법을 개발했다.

공유 R&D가 힘을 발휘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제(學際)간 연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문제에 봉착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가 색다른 해법을 생각해내는 경우다.

김 대표는 “‘녹이 안 스는 파이프 소재’를 연구하던 중국의 한 화학업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재료공학자들이 아니라 음향ㆍ음파 등 오디오 기술자였다. 음파를 쏴 액체가 아예 파이프에 닿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라며 “기업들은 보통 해당 분야 전문가만 찾지만 해답은 완전히 뜻밖의 분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지노바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은 다양하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이 분야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기술이 어떻게 돼 있는지 지도를 보고 싶은 기업, 사업 분야는 정했는데 문제에 봉착해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 기술은 확보했는데 제품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 각양각색이다.

해법을 찾는 지노바의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단 고객이 문제를 가져오면 3~4개월에 걸쳐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와 니즈(Needs)가 무엇인지를 규정한다. 김 대표는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이 끝나면 일단 절반은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문제에 대한 보고서가 쓰여진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풀어낼지 모르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부분까지 알기 쉽게 상세히 설명해서 쓴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띄운다. 6~9개월에 걸쳐 수백개의 자발적 솔루션들이 들어온다.그러면 고객과 함께 이를 줄여나가 배타적 사용이 가능한 아이디어 5~10개 정도만 남긴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원 단위부터 비용이 발생한다. 벤처나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은 비용이 아닌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도 통용된다.

김 대표는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면 얼마든지 조건 협의가 가능하다”면서 “작은 기업들은 돈이 없으면 지분을 일부 받거나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맥킨지ㆍ벤처캐피탈ㆍ대기업 CEO…기업의 문제 해결에 기술과 네트워크 절실함 공감 = 김 대표가 지노바와 함께 하게된 계기는 그의 경력과 밀접하게 관련있다. 컨설팅업체와 벤처캐피탈, 대기업 CEO 등을 거치며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빚어지는 문제 해결에 대한 경영진의 절실함을 몸으로 체득했다.

“맥킨지에 입사했을 당시 MBA는 졸업했지만 30대 초반 나이에 경험도 일천한 제가 어떻게 거대 기업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엄청난 교육을 시켜주나 했더니 그런 과정도 없이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됐죠. 고객들이 문제를 가져오면 일단 그 주제를 검색해봅니다. 당시엔 사내 연락망을 살펴보면 누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 나오는데 그쪽에 전화해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도 자신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지적재산을 갖고 문제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네트워크의 힘이 어마어마함을 느꼈다고 했다.

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6년 동안 맡으면서는 기술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는 “기업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수가 매우 많음에도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절대적 경쟁력이 필수였다. 그 경쟁력의 기반은 바로 기술”이라며 “또 사업 초창기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과 아무리 독보적인 기술이라 하더라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두산그룹 계열사 CEO를 10여 년 역임하면서 기업들의 R&D 투자 판단에 대한 어려움도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저도 CEO를 오래 해봤지만 R&D의 효율ㆍ비효율 판단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도 “내부에서는 계속 ‘된다’고만 얘기하기 때문에 어떤 연구개발이든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속성이 있더라.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시각의 아이디어가 밖에서 들어올 수 있는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단 걸 느꼈다”고 떠올렸다. 이후 두산그룹에서 나온 그는 공유형 R&D 사업이 우리나라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품고 지노바에 합류하게 됐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서서히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본부장조차 ‘그런 자존심 버린지 오래됐다. 이제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외부 아이디어를 사든지 빌리든지 결국엔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badhoney@heraldcorp.com



(P&S)“미래 변화 예측 점점 어려워…청년들이 새로운 것 경험하며 답 찾아야”

- 맥킨지 최초 한국인 파트너 출신으로 대기업 CEO만 10년
- 김용성 지노바아시아 대표가 청년들에 건네는 ‘조언’은…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세상의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젊은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예측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제 자식들에게조차 ‘아빠가 세상을 살아보니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조언해줄 만한 부분이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것을 가능한 많이 접하라.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창업을 해보고 경험하라’는 이야기만을 주로 합니다.”

맥킨지 한국 창립멤버이자 한국인 최초의 맥킨지 글로벌 파트너(Global Partner), 벤처캐피탈을 운용하며 200억원 펀드를 5년 만에 4500억원 규모로 키워낸 사업가, 두산그룹에서 10여 년 동안 전략ㆍ기획을 책임졌던 최고경영자(CEO). 수많은 수식어가 가리키듯 기업경영 최전선에서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을 전문으로 해온 김용성 지노바아시아 대표에게도 4차 산업혁명이 촉발시킬 미래 예측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어제 정답이던 것들이 오늘은 정답이 아니게 되는 일이 빈번하고, 그 변화의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고 새로운 사고와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답이 나온 이유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 대표는 다만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근원적 힘으로 ‘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자식들에게 가능하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진정성있게 대하라는 조언을 한다. 기회란 것은 ‘일’보다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지노바아시아도 1만명이 넘는 과학자와 발명가, 엔지니어의 네트워크에서 시작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헬조선’으로 일컬어지는 젊은 청년들의 좌절감에 대해서도 그는 입을 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다양성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와 현실이 괴리되면 좌절감이 생기는데 우리나라에선 이 ‘기대’가 너무 획일적이기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해법은 이 ‘기대’의 출구를 다양하게 늘리는 것이다.

“기대를 획일화한 건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이제는 꼭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색깔을 내고 살아가는 것에 우리 사회가 박수를 쳐줘야 해요. 세상을 사는 길이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양한 출구를 열어주고 다양한 색깔과 재능에 박수를 쳐주면서 누가 뭐래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badhoney@heraldcorp.com


<김용성 지노바아시아 대표가 걸어온 길>

▷1962년생

▷1984년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졸업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 졸업

▷1991년 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1992~2000년 맥킨지 한국 창립멤버

▷맥킨지 한국동문회장

▷2001~2006년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 겸 ㈜네오플럭스 사장

▷2008~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총괄사장

▷2013~2015년 브라질 문화원 설립 및 문화원장

▷2017년~ 지노바아시아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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