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4.0 vs 5.0’…애매한 작업중지 지진 규모
뉴스종합| 2017-11-25 09:26
- 현대차 노사 ‘지진 매뉴얼’ 협의 진행

- ‘외부 대피 규모’에 대한 노사 의견차

- 고용부, “4.0 이상일 땐 피해 개연성 높아”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포항 지진 이후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진 매뉴얼의 ‘안전 대피 규모’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안전 대피해야 하는 지진 규모를 미리 정해놔야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모양이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노보를 통해 “작년 9월 경주지역 지진 이후 지진대응 매뉴얼 협의를 진행했으나 ‘외부 대피 규모’와 관련한 의견차로 현재까지 명확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협의 중 위험을 감지할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작업 중지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진 발생시 작업을 중지하고 외부로 대피할 수 있는 ‘지진 규모’에 대한 의견차가 있다는 얘기로 회사는 지진 규모가 5.0 이상일 때 안전 대피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4.0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1년 넘게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노사간 의견차를 좁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이지만 정작 산업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관련 법 제26조에는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 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기준이 없다. 시행규칙이나 지침 등을 통해 급박한 위험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하지만, 이 법에서는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만 명시하고 있을 뿐 급박한 위험이 예상되는 지진 규모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업주의 경우 제26조에 따른 작업중지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생산현장마다 내진 설계 정도가 달라 일괄적인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산업현장에서는 헷갈릴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외부로 대피해야 하는 지진 규모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지진 관련 업무 매뉴얼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진 규모 4.0 이상일 때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사업장 피해 상황을 파악하며, 신속하게 관련 조치를 지시해야 한다. 5.0 이상일 때는 긴급 대응조치와 수습 및 복구 활동을 실시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근무자를 파견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업무 매뉴얼상 지진 규모가 4.0 이상일 때는 피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지진에 따른 작업중지 등의 안전 매뉴얼도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진 발생시 작업중지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pdj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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