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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남성 집에서 키스하면 성관계 동의한 것과 같다?
뉴스종합| 2017-12-13 09:02
-美 남성 실험 결과 “女의 무응답ㆍ수동적 반응 동의로 생각”
-전문가 “거부 여부가 아닌 명확한 동의 여부에 초점둬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최근 법원이 여성의 명확한 동의 없이 강제로 성관계한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한 가운데 남녀간의 성폭력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동의 여부를 명확하게 물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는 술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여성 손님들과 합석을 했다. 이후 사람들은 A 씨 원룸에서 술을 더 마셨고 A 씨는 새벽에 잠들어 있던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 1심 재판부는 “(이 남성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술자리를 함께하고 집까지 따라갔더라도 성관계를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성폭력의 판단 기준이 피해자의 명확한 의사 표현 여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것은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에선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된 ‘한샘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회사 선배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꽃뱀’ 취급을 받는 등 2차 피해에 시달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사건의 경우 위계에 의한 범죄가 다수 발생하는 만큼 피해자의 ‘거부 여부’가 아닌 ‘동의 여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많은 남성들이 암묵적으로 섹스 동의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러쉬 대학이 남성 145명에게 다양한 가정 상황을 주고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의 무응답이나 수동적인 반을을 암묵적인 동의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제시한 가정 중 일부는 다음과 같았다.

“흰색 블라우스와 짧은 치마를 입은 에이미가 한 남성의 집을 방문했다. 대화를 나눈 이들은 이내 키스를 했고 남성은 곧이어 손으로 에이미의 상의를 만졌다. 그러나 에이미는 “지금 이러지 말자”고 말했다. 그녀는 우회적으로 성행위에 대한 동의를 표한 것일까?”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남성들은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려는 여성들의 단순한 의도를 성적 욕구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다수는 여성의 수동적인 반응을 긍정적인 동의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러한 경향은 ‘여성이 제압당하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남자가 공격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남성일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애쉬톤 로프그린 러쉬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가 있는 여성일수록 이같은 상황에 놓이면 더 경직될 수 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거나 불편함을 느껴 거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섹스를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수록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두고 더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지만 이 두 가지는 분명 별개의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의라는 것은 ‘yes’라는 메시지를 뜻하는 것으로 ‘no’라고 답하지 않은 것과 정반대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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