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덕방 변호사’ 항소심서 유죄
뉴스종합| 2017-12-13 16:24
-항소심, “트러스트 부동산 변호사들, 중개행위도 함께 해…현행법 위반“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대 99만 원이란 파격적인 수수료를 내걸고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어 공인중개사법 위반 논란을 일으킨 ‘복덕방 변호사’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포화상태인 법조 시장을 벗어나 부동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일부 변호사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승배(46) 변호사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공승배 변호사

재판부는 공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 중개 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고 중개업을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부동산’이란 명칭을 사용해 회사를 홍보하고 매물을 광고한 혐의도 재판부는 유죄로 봤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를 ‘시도지사가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 규정하고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중개물을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는 무상 서비스일 뿐 법률 자문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 변호사가 운영하는 트러스트 부동산의) 변호사들은 순수하게 법률자문 업무만 수행한 게 아니라 당사자를 접촉해 거래 조건을 조율하는 등 중개행위에 해당하는 업무를 함께 했다”며 “보수 상당 부분은 중개 행위 대가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러스트 부동산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최대 99만 원, 합리적인 중개 수수료’라는 광고문구가 게시돼있어 사이트를 이용해 거래하는 당사자들은 중개행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공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고 오히려 저렴한 수수료로 금전적 이익을 주기도 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 변호사는 지난 2015년 12월 ‘트러스트 부동산’을 세우며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거래되는 부동산 가격과 상관없이 최대 99만 원만 받겠다고 했다. 기존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가격의 0.4~0.9%를 수수료로 받는데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가령 5억원 짜리 주택을 매매할 때 공인 중개사들은 수수료로 매물가의 0.4%인 2000만 원을 받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에서는 99만 원만 내면 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3월 공 변호사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공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루동안 재판을 지켜본 배심원 7명 가운데 4명도 무죄의견을 냈다.

한변 공 변호사의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공 변호사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판결에서 소비자들의 염원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법정을 찾은 채부경 공인중개사협회 지도단속 실장은 “전체 공인중개사들이 공 변호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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