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崔-朴 대화내용’ 법정 공개…최순실 측 “서당개 삼년, 풍월 읊은 것일 뿐”
뉴스종합| 2017-12-13 16:28
-검찰, 최순실 씨 공판에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녹음 파일 공개
-최순실 측, “말투의 문제…조언한 것일 뿐” 항변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최순실(61) 씨와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회의한 내용이 13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회의 내용이 녹음된 파일에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듯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 씨의 96회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 녹음 파일 8건을 증거로 제시하고 법정에서 재생했다. 


녹음 파일 내용을 종합하면, 세 사람은 취임식을 앞둔 지난 2013년 2월 17일 만나 정부 국정기조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경제부흥보다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처럼 시점으로 딱딱 세 개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그러자 정 전 비서관이 “경제부흥이라는 단어를 우리 선생님께서 처음 말씀하셨는데.. 경제부흥이라는 단어를 한동안 많이 안쓰던 단어인데 딱 보니까 먹힐 것 같다”고 답했다. 최 씨도 “경제부흥은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경제부흥' 문구를 받아들이고 '국민행복'을 제안하자, 최 씨는 "국민행복도 괜찮다"며 수긍했다.

 최 씨는 또다른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을 협의하면서는 박 전 대통령 면전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문화’라는 표현을 안써도 그런 느낌이 오게 뭐 하나...”라며 말을 흐리자,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한번 좀 찾아봐요”라고 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자르는 모습도 엿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새 정부에서 하려는게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복지, 하나는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이다”고 말하자, 최 씨는 “거기다 문화를 넣으셔서 기조가 형성돼야, 이번 취임사에서 나와야 하고 공무원들한테도 내려보내셔야 한다”며 말을 끊었다. 이어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1부속실에서 하는 게 그런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 사람이 논의한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고스란히 담겼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 통화 녹음 6건도 추가로 공개했다. 최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을 꼼꼼히 지시하는 내용,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각종 현안을 최 씨에게 보고하고,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최 씨 측은 검찰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녹음 내용과 관련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서 걸맞는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 씨 말투가 상대방에게 툭툭 던지는 식이라 저도 지난 2014년 최 씨를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며 “맘속에 갖고 있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성향 때문이지 박 전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당구풍월(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도운 최 씨가 조언을 한것일 뿐 국정에 실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를 할 때부터 야당 정치인으로 계속해서 어려움을 당할 때 옆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정치적 감각이 있었던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최 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그를 당선시킨 1200만 주권자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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