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리의혹 쇼크 대구은행, ‘무뇌호흡’ 들어가나
뉴스종합| 2017-12-20 10:15

상품권 28억 ‘깡’해 비자금 의혹
박인규 회장 사전구속영장 청구
‘자진사퇴 거부’...경영공백 불가피
警 임직원 17명도 입건해 수사중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DGB금융이 경영진 공백상태가 될 위험에 처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박인규 그룹 회장이 구속위기로 몰린 데다,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무려 17명이 수사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구속된 BNK금융 성세환 전 회장은 자진사임했지만 2020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박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자칫 ‘옥중경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는 19일 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70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상품권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 측은 고객 증정용 상품권이라 소명했지만 경찰은 고객에게 돌아간 것은 2억7000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30억원어치 중 1억5000만원 상당은 상품권으로, 28억원 분량은 사설환전소에서 수수료 5%를 떼고 현금화 해 비자금으로 썼다는 의심이다.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결정적인 계기는 증거인멸 우려 때문이다. 박 회장이 최근 감사를 핑계로 임원 20명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제출을 요구한 것이 본인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 시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직원 윤리 강령에 따라 발신 내역만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에서도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 판단하면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여 영장 청구를 할 수 있다. 경찰은 박 회장 외에도 전ㆍ현직 비서실장부터 과장급 실무자들까지 총 1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수를 두고 있지만, 당장 경영진의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은행에서만 6명 등 이달로 임기가 끝나는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문제다.

금융권에서는 DGB그룹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5개월여 동안 큰 변곡점이 없이 진행돼, 그룹 측에서도 경영진의 공백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으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나섰겠느냐”고 전했다.

박 회장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DGB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는 큰 변수가 없을 전망이다. DGB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지주회사법 42조는 금융위 승인을 얻어 편입한 자회사에 대해서는 대주주 변경 승인에 요구되는 대주주 기준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영 능력 등에 대한 평가만 잘 받는다면 신청 60일 이내인 다음해 2월 초까지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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