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열심히 하는 게 하니라 토크가 빵빵 터진다. ‘신서유기’가 게임 위주로 진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멤버들의 맥락 없는 왁자지껄함이 더 큰 재미를 준다. 이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멤버가 이수근이다.
그 팀을 고스란히 옮겨 만든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은 겉으로 보면 망할 것 같은 식당 같지만 흥행이 된다. 시청률 흥행과 식당 흥행이 다 된다. 이게 ‘1박2일’부터 수년간 다져진 ‘왁자지껄 야단법석 팀웍’때문이다.
멤버들은 서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이수근은 혼자 많은 일을 하며 투덜거린다. 강호동은 “바쁠수록 서로 미워하지 말자”고 하지만, 이수근은 “강제 노역하고 있다”며 불만이 이어졌다. 급기야 강호동은 “얏마” 소리가 나온다. 손님들이 밥 먹고 있는데, 아저씨들이 싸우는 소리가 다 들린다. 강호동은 이수근에게 “나중에 풍욕하면서 얘기하자”고 한다. 이수근은 “그냥 욕하시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라고 응수한다.
무근본 무개념 무맥락 버라이어티 ‘아는 형님’에서도 이수근의 역할이 지대하다. 이수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기는 말을 던진다. ‘아는 형님’에서의 이수근의 활약은 ‘옛날 스타일’ 강호동 캐릭터를 활기차게 해주고, 재미있게 만들어줄 정도다. 이런 이수근을 평론가 김교석은 “캐릭터쇼의 허브 역할”이라고 했다.
강호동은 ‘1박2일’에서 “승기야”를 가장 많이 외쳤지만 요즘은 “수근아”를 가장 많이 말한다. 둘은 톰과 제리 사이 같은 면이 있다. 이수근이 강호동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환경이 생긴 것은 과거처럼 “깨갱” 일변도가 아니라 이젠 강호동에게 자주 면박을 줘도 된다는 점이다.
후배들보다 변화에 둔감할 수 밖에 없는 큰형 강호동은 이수근과 은지원 등 동생들에게 놀림을 받고, 맞으면서 성장하는 중년 예능인이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어느덧 강호동의 폭력을 유머로 받아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밤도깨비’에서는 이수근이 정형돈과 관계 정리가 덜돼 있어서 그런지, 파편화된 잔 재미 토크만 있고, 관계에서 확실하게 터지는 기회가 적다. 두 사람은 웃음 가격 포인트는 좋지만, 낯을 좀 가리는 것 같다. 서로 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다.
이처럼 이수근의 예능은 주도적으로 앞으로 나서는 형태가 아니라 빈자리를 채워주는 스타일이다. 특정인에게 맞춰서 하는 예능이다. 때로는 깐족 거리면서 옆에서 보조하는 스타일이다. 강호동이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라면, 이수근은 이를 밀어주는 역할을 맡으며 친근감을 강화한다.
이수근은 누구 한 사람을 내세워 쉴새 없는 웃음 토크와 몸개그로 ‘윈윈’ 하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속에서 웃음 잽을 계속 날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잘 된다고 앞에 나서는 예능을 맡는 건 위험하다. 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수근은 요즘 적재적소의 예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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