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연구개발에 집중한 ‘한미’ 임상시험 승인 건수 최다
뉴스종합| 2018-01-09 14:03
-지난 해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건수 658건
-한미 총 11건 승인, 국내사 중 최다 기록
-임상 승인 많을수록 신약개발 가능성 높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지난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승인을 가장 많이 받은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18%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신약개발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사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아직 부족한 현실이어서 국산 신약개발을 위해선 보다 과감한 투자로 임상시험 수를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임상시험 승인 11건…전년 대비 2배 증가=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해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총 658건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14년 653건에서 2015년 674건으로 늘었다가 2016년 628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설명=제약사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약물을 연구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으면 신약으로 시판 승인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 국내사 중에는 한미약품이 총 11건의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가장 많은 승인 건수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임상 1상으로 9건, 임상 3상으로 2건을 승인받았다. 한미는 지난 2016년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5건에서 1년 뒤 약 2배 많게 승인 건수를 늘렸다.

이 중 임상 3상으로는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폐암 신약 ‘올리타(HM61713)’의 3상 임상시험이 지난 해 4월 승인을 받고 350명의 내성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HM10460A)’의 기존 치료제(페그필그라스팀) 대비 유방암 환자에 대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임상을 지난 7월 승인받고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국내사는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지난 해 6건의 임상 1상과 각각 2건의 2상 및 3상을 승인받아 총 10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임상 3상으로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CKD-501)’의 병용 투여 요법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다기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다음으로는 대웅제약이 9건(1상 4건, 2상 3건, 3상 2건)으로 많았고 이어서 유한양행(1상 6건, 3상 1건)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1상 4건, 2상 1건, 3상 2건)이 각각 7건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신약개발 위한 통과의례 ‘임상시험’=신약개발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은 많지만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 바로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Clincal Trial)이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 투여 효과를 알아보는 시험을 말한다. 생명에 직접 관여하는 의약품이기에 임상시험을 통해 반드시 해당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 해당 약물은 사용 허가를 받게 된다.

임상시험은 보통 안전한 용량 범위를 결정하고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소수(20~80명)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더 많은 안전성 관련 자료를 탐색하기 위해 100~3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을 거쳐 비교대조군과 시험처치군을 설정해 용량, 효과,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해 시판 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으로 나뉜다.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연구개발비 대부분은 이런 임상시험 단계에서 소비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 모집부터 약물 투여 이후 효능 및 부작용 모니터링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제약사가 투입하는 연구개발비 대부분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임상시험 승인이 많다는 의미는 그만큼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국내사 중 가장 많은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2016년 8827억원의 매출액 중 18.4%에 해당하는 1625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매출액의 39%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셀트리온을 제외하고 국내사 중 가장 많은 투자 비율에 해당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가장 핵심은 임상시험 진행”이라며 “한미, 종근당, 대웅처럼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많은 제약사는 실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10%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수준, 다국적사에 비해선 아직 낮아=국내사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다국적사 수준에 비하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보면 2016년 국내사 임상은 190건인데 반해 다국적사 임상은 267건이었다. 2015년에도 국내사 245건, 다국적사 296건으로 차이를 보였다. 지난 해 다국적사 중 한국노바티스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3건으로 한미약품 승인 건수의 2배에 달한다. 한국MSD도 21건, 한국애브비 16건,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15건 등으로 대부분 다국적사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국내사 중 가장 많은 한미약품을 앞지르고 있다.

특히 다국적사의 임상시험은 국내사의 임상이 초기 단계인 임상 1상이 많은 것에 비해 3상 임상이 많아 상용화가 임박한 약물이 많다. 23건을 승인받은 한국노바티스의 경우 절반이 넘는 13건이 임상 3상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글로벌 임상 3상을 한 제약사가 진행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기에 국내사들은 2상 완료 뒤 기술수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점 때문에 국내사와 다국적사의 임상시험 수준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제약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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