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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증가한 富의 82%, 상위 1% 부자들 손에…하위 50%는 빈손
뉴스종합| 2018-01-22 09:15
옥스팜 보고서…1년간 억만장자 자산 814조원 증가
억만장자 자산 매년 13% 증가…근로자 임금은 2% 상승
부호 42명의 자산=전 세계 인구 절반의 자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1년간(2016년 6월~2017년 6월) 전 세계에서 증가한 부의 82%가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50%에 해당하는 37억명의 부는 전혀 증가하지 않아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세계적인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막을 하루 앞두고 22일(현지시간) 발표한 ‘부가 아닌 노동에 보상하라(Reward Work, Not Wealth)’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진=베트남 호치민시 외곽, 고급 개발단지에 둘러싸인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한 여성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7620억달러(약 814조원) 증가했다. 이는 최빈곤층의 빈곤을 7번이나 끝낼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매년 13% 가까이 늘어난 반면, 평범한 근로자들의 임금은 연평균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근로자들의 임금보다 6배 가량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은행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17년 글로벌 부 보고서(Global Wealth Databook)’에 따르면 42명의 부호들이 소유한 자산 규모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7억명의 자산과 동일하다.

상위 1%의 부호들은 나머지 모든 인류의 자산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틀에 한 명꼴로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해 역사상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억만장자는 2043명으로 사상 처음 2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도 1810명보다 233명(13%) 증가한 수치다.

옥스팜은 약 3분의 2에 달하는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상속, 독점, 정실주의의 결과물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경제적 보상은 점점 더 최상위층에 집중되고 있다. 수백만명의 평범한 근로자들은 빈곤 임금으로 남아있는 반면, 주주와 고위 임원들에 대한 보상은 급등해 부의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상위 10%의 사회구성원들은 국가 전체 임금 소득의 절반을 받고 있는데, 하위 50%의 근로자는 전체 임금 소득의 12%만을 받는다.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는 하루를 약간 넘는 근로를 통해 보통의 근로자가 1년 동안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소득을 얻는다.

상위 5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CEO는 평균 4일 만에 방글라데시 여성 근로자가 평생 동안 버는 만큼의 돈을 번다.

베트남 의류 노동자 250만명의 임금을 최저 생활임금으로 인상하려면 1년에 22억달러가 필요한데, 이는 2016년 상위 5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부유한 주주에게 지급한 금액의 3분의 1 가량이다.

옥스팜은 “보고서는 근로자의 임금 및 조건을 희생시키면서 주주들과 기업 사장들에 대한 보상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기에는 노동자 권리의 침해, 정부 정책 결정에 대한 거대 기업의 과도한 영향, 주주 환원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끊임없는 비용 최소화 노력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억만장자의 호황은 번성하는 경제의 신호가 아니며 실패한 경제시스템의 증상”이라면서 “우리 옷을 만들고, 휴대폰을 조립하고, 식량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값싼 물건을 꾸준히 공급하고, 기업과 억만장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경제시스템이 운 좋은 소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며 ‘휴먼이코노미(인간 중심 경제)’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모든 근로자가 적절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주와 최고경영진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제한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여성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 ▷세금 인상과 세금 회피에 대한 단속을 통해 부유층이 공정하게 세금을 납부하게 하고 의료 및 교육과 같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옥스팜은 강조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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