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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사실상 연한 연장”
부동산| 2018-02-20 15:09
현지조사 공공기관 참여...전문성 높여
‘조건부 재건축’땐 적정성 검토 의무화
구조 안전성 가중치 20%→50%로 상향
“사실상 재건축 연한 연장…혼란 예고”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정부가 공동주택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손질한다. 구조 안전성 비중 상향과 민간의 진단 결과 검증이 핵심이다. 구조적 결함이 없는 경우 재건축 자체가 어려워져 사실상 재건축 연한 연장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사업이 구조 안전성 확보와 주거환경 개선 등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안전진단 절차와 기준이 완화돼 사업 추진 필요성을 결정하는 본래 기능이 훼손되고 형식적인 절차로만 운영됐다”며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고 안전진단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과도하게 완화된 규정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손질한다. 주거환경에 중점을 뒀던 기준을 구조 안전성으로 바꿔 사회적 자원 낭비를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이던 단지들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재건축 연한 연장”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안전진단 정상화가 첫 번째다. 앞으로 시장ㆍ군수는 현지조사를 한국시설안전공단ㆍ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 의뢰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게 된다. 안전진단 필요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관련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 전ㆍ후 절차 비교도. [자료제공=국토부]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도 조정된다. 우선 구조 안전성 확보하는 재건축 사업의 취지를 살리고자 구조 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한다. 주거환경은 40%에서 15%로, 시설 노후도는 30%에서 25%로 축소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뒀던 주거환경중심평가에서 구조적 안전을 우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환경 평가 결과 E등급을 받는 단지는 바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도록 예외를 뒀다.

유삼술 주택정비과장은 “지금까진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이 없을 경우 재건축 시기를 조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 유형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며 “검토 결과 ‘유지보수 결정’이 나면 안전진단을 다시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포항 지진 등을 고려해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건축물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도 마련했다. 재난에 취약한 건축물을 재건축할 땐 개별 법률의 요구에 따른 중복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은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의뢰한 단지부터 적용된다.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을 받은 단지라도 실제 안전진단 기관의 의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개전 기준이 적용된다.

재건축 연한에 대한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인 단지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의식해 재건축 사업 일정을 앞당긴 단지들의 반사이익 등 역효과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재건축 가능 검증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단지라도 안전진단에 큰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이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라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희소성과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국토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도시정비법 시행령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부터 입법ㆍ행정예고를 할 계획이다. 시행은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상된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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