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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공개]국민 대신 사람…인본주의 철학 헌법에 새겨
뉴스종합| 2018-03-20 11:16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 대신 ‘사람’을 사용했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전제하는 인간상이 그려져 있다. 국민은 국가를 전제해야 성립이 가능하다. 때문에 국민이란 단어는 사람보다 국가를 우선한다는 시각이 담겨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20일 공개된 대통령 개헌안에 국민 대신 사람을 사용했다는 것은 국가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의미를 헌법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권을 보다 확장해 인정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인본주의 법철학이 전문에 고스란히 담기게 됐다는 의미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국가권력에 저항권 인정 의미=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과 4·19 민주이념을 대한민국이 계승해야 할 가치 지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3·1 운동 정신은 일본 제국주의에, 4·19 민주이념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역사적 사건이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여기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6월항쟁 세가지 민주화 운동을 추가했다. 추가된 세 민주화 운동은 역사적 사건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이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겼다는 의미로 가치가 크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내에서도 세가지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18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 이념을 계승 발전하겠다는 의지다.

5·18 민주화 운동 등 세가지 민주화 운동은 이미 수십년이 지난 사건으로 역사적 평가가 끝이 났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 한 2016년 겨울 ‘촛불항쟁’의 경우 시일이 많이 지나지 않아 역사적 평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빠졌다. 여전히 일부 국민 사이에선 박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영역을 우선해 헌법 전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21일에는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22일에는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부침 컸던 ‘전문’의 역사= 현행 헌법 전문의 첫 구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유진오 교수가 작성한 것이다. 3·1 운동의 경우 9차 개헌 때까지 모두 그대로 명맥이 유지됐으나 4·19와 5·16은 역사의 부침에 따라 삭제와 추가가 반복됐다. 7차 개헌때까지 살아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혁명정신 계승’ 문구는 1980년 5공화국 출범과 함께 헌법 전문에서 삭제됐다.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개헌에서 ‘5·16’ 문구가 헌법 전문에서 삭제된 것이다. 이는 군사 쿠데타 정신이 헌법 전문에 기재돼 대한민국이 지향해야할 가치라고 판단키 어려웠던 것이 원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문구는 ‘건국 100주년’ 논란과도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식에서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9년은 상해임시정부 수립(1919년)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는 일부 보수층에서 주장하는 대한민국 건국의 해를 1948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배격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1948년을 건국의 해라고 보는 관점은 1919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태동이었음을 부인하진 않지만, 건국 과정일 뿐 국민, 영토, 주권이 확립된 1948년이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건국된 해라고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8·15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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