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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주총 결산]확 바뀐 주총 어떻게 달라졌나
뉴스종합| 2018-03-30 11:02
- 지배구조 개편ㆍ주주가치 제고에 방점
- 슈퍼주총 완화 뚜렷
- 섀도보팅 폐지 등 제도 개선 ‘명암’

[헤럴드경제=이승환ㆍ손미정 기자] 12월 결산법인 1947개 상장사(회생법인ㆍ스팩 제외)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주총의 흐름은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주총 시즌을 앞두고 이뤄진 다양한 제도 개선 또한 ‘주총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주총이 과거 주총의 오랜 ‘관습’을 깨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바뀐 일부 제도에 따른 혼란은 숙제로 남았다. 


▶재계 경영 투명성 높이고 주주친화 정책 강화= 올해 주요 대기업 주총의 화두는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가치 제고’로 요약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친화 정책에 더욱 힘을 싣는 것이 큰 방향이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주총에서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투명성 제고안을 내놨다.

이날 주총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임 이사회 의장에는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던 이상훈 사장이 맡는다.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진도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도 높였다. 이번 주총을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신화’를 이룬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

삼성물산 역시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체계를 개편했다.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 3인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처음으로 분리, 최치훈 전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위해 처음으로 외국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KT 역시 지배구조 개편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며 주총 개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번 주총에서 확정된 지배구조 개편안의 골자는 회장 후보 선정권한을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이관, 논란이 돼 왔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림산업과 현대백화점그룹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감시 조직을 신설했다.

올 초 대림산업은 투명 경영을 골자로 한 경영혁신안을 발표,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내부거래위원회를 공식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배당 확대ㆍ액면 분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도 대거 처리됐다.

주요 기업들이 작년보다 확대된 배당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배당을 대거 확대하고 50대 1의 액면분할을 시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SKC는 올해 처음으로 중간배당제를 도입키로 의결했다.

▶변하는 주총 제도, ‘기대감과 혼란’ 공존= 올해 주총은 새롭게 바뀐 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우선 주주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슈퍼 주총데이’ 문제가 완화됐다. 금융위가 지난달부터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운영,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총 분산을 독려하면서다.

실제 올해 ‘슈퍼 주총데이’로 불린 지난 23일 하루동안 539개사가 주총을 개최했다. 지난해 892곳이 특정일에 주총을 열었던 것에 비하면 분산에 성과를 거둔 셈이다.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 확산으로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원은 “슈퍼주총의 반복을 막아보자는 오래된 문제 의식에 정책당국과 기업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올해 주총 분산에 성과를 냈다”며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더욱 활성활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섀도우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로 인한 시장 혼란에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섀도우보팅이 올해부터 폐지되면서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주요 안건이 부결되거나 주총이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주총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주요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50여곳에 달한다. 특히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감사선임 부결’이 속출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이재혁 정책홍보팀장은 “주주들의 주총 참여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방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운영했던 섀도우보팅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새로운 제도 환경에서 안건 부결 사태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전자투표제 활성화, 주총 결의 기준 현실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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