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페미니즘·젠더’를 읽자…청소년 관련서적 급증
라이프| 2018-03-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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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성평등 교육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출판 지수라 할 만한 수치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청소년 젠더 관련 책은 전무했다. 그러다가 2014년 4종이 출간됐으며,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으로 여성혐오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청소년 대상의 관련 책이 7종으로 늘었다. 올초부터 뜨거워진 미투운동으로 3월 현재 청소년 젠더 관련서는 이미 4종이 출간됐다. 그동안 페미니즘이나 젠더라는 용어가 금기어 처럼 인식돼던 수준에서 미투운동으로 관심이 폭증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십 종의 책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예스24에 따르면, 관련 도서의 판매도 매년 증가추세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88.7%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3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현재 ‘나의 첫 젠더수업’의 경우, 청소년책 베스트셀러 7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학습서와 공부법 일색의 청소년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 책이 오른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한국사회에 ‘김지영 열풍’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이 책은 얼마 전 한 걸그룹의 멤버가 팬미팅에서 최근 읽은 책으로 언급, 청소년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10대 구매 비중이 5.6%에서 7.3%로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이 소설은 수 개월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 1위로 올라왔다.

이 처럼 페미니즘과 젠더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과 궁금증이 늘고 있지만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안건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2011년 이후 멈춘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연내 재개해 성평등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인 통합 인권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로, 앞으로 관련 책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부모들을 위한 젠더 교육책도 증가 추세다. 그 중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씨가 쓴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미국 페미니스트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쓴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가하면 최근 창간한 잡지 ‘볼드 저널’은 ‘아빠의 젠더 감수성’을 특집으로 꾸미는 등 미투운동은 가정에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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