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과학]기업현장과 괴리된 출연연…국내 기업인 88%, ”출연연 연구성과, 기업과 단절“
뉴스종합| 2018-04-12 07:19
- 기업인 91% 출연연 조직문화, 연구 질 개선 필요
- 연구 성과 이전 효과에도 회의적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대체적으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들은 경직된 출연연 연구 조직 문화, 대학과 차별화되지 않은 연구, 외부 환경 대응 능력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출연연의 연구 성과가 기업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기술이전계약 체결방식을 통해 산업체로 이전된 출연연 기술을 정작 기업 현장에서 제대로 써 먹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의 질적 수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기업인들은 동시에 정부 주도의 R&D 기획과 집행은 출연연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강조했다.

1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국가 R&D 혁신체제에서의 출연연 역할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인의 91%가 이러한 이유들로 출연연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출연연의 역할강화 및 구조개선이 중요한 정책 의제로 부상하면서 출연연 개혁 방향 정립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전국의 대학교수 400명, 기업인 100명, 출연연 연구원 500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웹서베이 방식 설문 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가 4차 산업혁명, 신기후체계, 성장 정체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출연연 역할강화와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해, 출연연 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학교수 82%, 기업인의 91%가 그렇다고 응답해 출연연 내부보다 외부에서 출연연 개혁의 필요성을 크게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 연구원 중에서는 75.4%가 출연연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은 출연연 역할강화 및 구조개선을 위한 과제로 ‘거버넌스 및 제도의 모순’, ‘인력이동 및 연구조직 유연성 부족’, ‘연구시스템 비효율성’ 순서로 제시했다. 

출연연 연구시스템 및 거버넌스에 대한 여러 지적 사항 가운데 특히 단기적 가시적 성과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문제라는데 전체 응답자의 91%가 공감을 표시했다.

조사 대상자들 중 기업인들이 특히 출연연의 현재 구조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었다.

출연연 R&D 연구 성과의 질과 관련해 기업의 부정적 의견(68%)이 가장 높았다. 출연연 대형 성과에 있어서도 기업의 부정적 의견(66%)이 높게 나왔다.

출연연 연구시스템 효율성에서도 기업의 부정적 의견(68.0%)이 대학교수(67.3%), 출연연 연구원(66.0%)을 앞질렀다.

기업인과 대학교수는 출연연의 새로운 연구개발 수요와 환경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고 봤다.

출연연의 인력이동 및 연구조직 유연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기업인이 가장 높게 나왔다.

기업인의 88%는 기업으로 연계되지 못하는 출연연의 연구 성과도 문제로 지적했다.

반면 출연연 연구원은 이런 의견에 대해 58%만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 중에는 공공분야에서 민간분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출연연의 역할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제품화가 가능한 이이템의 경우 민간의 수요를 중심으로 대학과 출연연이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설문에 참여한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출연연의 존재 의의는 학교와 기업이 하기 어려운 기술을 개발해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의 역할이 중요하고 산업체의 기술수준과 역량을 향상시키며 민간경제 활성화를 유인하는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임무“라고 말했다.

무사안일한 출연연 연구 문화와 경직성에 대해서는 기업인(70%), 대학교수(73%), 연구원(58%) 순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출연연 연구가 대학과 차별성이 없다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기업과 대학교수는 각각 76%, 67%가 차별성이 없다고 답한 반면 연구원은 44%만이 이에 동의했다.

반면 정부 주도의 R&D 기획ㆍ집행ㆍ평가 시스템은 기업, 대학교수, 연구원의 70%가 모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폐지에 대해서는 출연연(75.8%)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인도 절반 이상(54.0%)이 폐지에 동의했다.

한편 출연연이 대응해야 할 메가트랜드의 중요도와 관련, 기업은 ’4차 산업혁명‘, ‘융복합 연구’를, 출연연은 ‘에너지 문제 해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사회안전 확보’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출연연 혁신의 출발점은 출연연 내부는 물론 이번에 나온 기업, 학계 등 외부 혁신 주체의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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