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어린이날의 불청객’ 수족구병이 돌아왔다
라이프| 2018-05-02 09:55
-매년 이맘때 나타나는 수족구병 주의
-입ㆍ손에 수포 보이면 병원 직행해야
-뇌수막염으로 발전땐 심각한 위험초래
-발병땐 어린이집ㆍ유치원 등원 금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우리 나이로 네 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회사원 강모(34ㆍ여) 씨는 최근 아이의 입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돌토돌한 수포가 잔뜩 나있었던 것. 딸은 입 안이 헐어 아무 것도 먹지 못했고,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며 보채기만 했다. 급히 병원을 찾은 강 씨는 최근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하는 수족구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족구병은 집단 감염성이 있는 병이다. 워킹맘인 강 씨는 남편과 번갈아 연차를 내고, 어린이집에 못가는 딸을 돌보고 있다.

영유아가 많이 걸리는 수족구병 발생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월은 가정의달인 데다, 날씨가 좋고 어린이날이 있어 나들이를 갔다 감염되는 사례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단 생활을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수족구병 예방ㆍ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보건 당국은 당부했다. 특히 강 씨처럼 자녀의 입 안에 수포가 보인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매년 4~6월은 수족구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자녀가 입 안에 수포가 생겼다면 수족구병을 의심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집단 감염성이 센 병이므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 보내서는 안된다. [헤럴드경제DB]

수족구병 의사 환자수 증가세=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수족구병 표본 감시 결과 의사 환자 수가 올해 7주차(2월 11~17일)에 외래 환자 1000명당 0.2명에서 10주차(3월 4∼10일)에는 0.4명으로 늘었다. 지난달부터 ▷14주차(4월 1~7일) 0.6명 ▷15주차(4월 8~14일) 0.4명 ▷16주차(4월 15~21일) 0.7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앞으로 기온이 오르고 외부 활동이 늘면서 5월부터 본격적인 유행시기에 돌입할 것”이라며 “대부분 5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생기므로 환자 발생이 지속하는 8월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아이를 돌보기 전후로 손을 씻고 장난감 등 집기를 소독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매년 4~5월께 어린이의 손발에 물집과 발진이 생기고, 입 안에 물집이 동반되며 궤양이 생긴다. 콕사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등 장내(腸內)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수족구병은 생후 6개월~5세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된다. 침, 가래, 코 등 감염된 사람의 호흡기 분비물이나 대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건 등을 통해 전파된다. 전염성이 강해 어린이집, 유치원 등 단체 시설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다.

수족구병에 걸리면 소와 돼지 등에게 집단적으로 발병했던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손, 발, 입에 물집이 생긴다.

김동수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는 장바이러스의 하나인 콕사키바이러스 A16가 주원인이었다”며 “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은 대부분 경미한 정도로 대부분 자연 치유되거나 아주 드물게 뇌수막염 등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주로 중국, 대만 등에서 수족구병의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 71이 국내로 들어오며, 이 바이러스로 인한 수족구병 국내 발병 보고가 수차례 있었다”며 “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만 수십 명을 숨지게 하는 등 무서운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체내 침투…뇌수막염ㆍ간염ㆍ심근염 일으켜=주로 영유아에게 잘 걸리는 수족구병은 3~5 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손바닥ㆍ손가락의 옆면, 발뒤꿈치ㆍ 엄지발가락의 옆면에 수포가 곳곳에 생겨난다. 이 수포는 둘레가 빨갛게 선이 둘려진 쌀알 크기에서 팥알 크기의 타원형으로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다. 이 수포는 터지는 일이 없어 2~3일이 지나면 안의 용액이 흡수돼 수일만에 없어진다. 다행히 흉도 지지 않는다.

문제는 입 안의 수포다. 생긴 후 단시간에 터지므로 보통은 빨갛게 선이 둘려진 지름 5~6㎜의 궤양으로 보인다. 이 상처로 아픔을 느끼는 어린이는 밥은 물론 마시는 것도 못해 심하면 탈수 위험성에 이를 수도 있다. 발열은 보통 미열이 동반되나 환자의 20%가량은 38도 전후의 열이 이틀정도 계속된다. 다행히 대부분 환자는 열감기 정도로 쉽게 앓고 지나간다.

김 교수는 “수족구병의 병원체는 장바이러스로 입으로 들어와 장점막을 통해 혈액을 타고 곳곳으로 돌아다닌다”며 “피부에 침투해 수족구병을, 뇌에서는 뇌수막염을, 간에서는 간염을, 심장에서는 심근염을 발병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수족구병이 발병하며, 5월말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6월까지는 뇌수막염으로 전염된다”며 “장마가 본격화되면 전염성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도 이 병의 특징”이라고 했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장바이러스는 종류가 70여 종에 달해 현재까지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물을 끓여 먹고, 외출 후로 소금물로 양치를 하고, 손을 자주 깨끗이 씻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쉬도록 권유하여 격리를 잘 시키는 것이 전파를 막는데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는 심한 고통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발병한 상태에서 친구들과 놀다 보면 장난감,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되므로 청결 유지가 최선이다. 질본 관계자는 “열이 나고 손발,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등 수족구병이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등원이나 외출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수족구병 예방 수칙>

▶흐르는 물에 비누나 세정제로 30초 이상 손씻기

▶외출 후, 배변 후, 식사 전ㆍ후, 기저귀 교체 전ㆍ후 손씻기

▶옷소매 위쪽이나 휴지로 입ㆍ코 가리고 기침하기

▶어린이 장난감ㆍ놀이기구ㆍ집기 등 소독하기

▶환자 배설물이 묻은 옷 등 철저히 세탁하기

▶의심되면 바로 병원에서 진료 받고 등원ㆍ외출 자제(발병 후 일주일)

자료: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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