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철강쿼터 확정됐지만…속타는 철강업체
보도자료| 2018-05-15 11:36
- 철강협회, 기본형 95%ㆍ개방형 5%로 수출 쿼터 구분키로
- 쿼터 채운 품목은 이미 수출길 막혀…강관업체 상황 심각
- 美 반덤핑 관세 부과도 여전…업계 “쿼터제 失 많아” 불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철강협회가 지난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대한 후속조치로 올해 대미 철강수출 쿼터를 업체별로 배분하는 기준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미 쿼터를 채운 품목이 적지 않을 뿐더러 미국의 반덤핑 관세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들은 속만 까맣게 태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애꿎은 국내 업체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철강협회는 우리나라 전체에 배정된 대미 철강수출 쿼터를 최종적으로 ‘기본형’과 ‘개방형’으로 구분키로 했다.

기본형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수출실적이 있는 기존 업체들이 자신들의 수출 비중만큼 배정받는 방식이다.

개방형 쿼터는 신규 및 소규모 수출업체들에게 열린 ‘문’으로, 전체 쿼터의 약 5%(13만톤)를 차지한다. 품목별로 개방형 쿼터 규모도 다르다. 예컨대 신규 수출자 진입 가능성이 낮은 열연강판은 개방형 쿼터 비중이 1%에 불과한 반면, 일반강관은 15%로 비중이 높다.

아울러 미국으로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업체는 반드시 협회의 수출승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수출 통관 시 승인서를 관세청에 기존 수출서류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50여 차례의 릴레이 회의 끝에 도출된 안이지만, 철강업계는 한숨만 쏟아내고 있다.

쿼터 적용을 앞두고 손해를 볼 수 없다며 수출량을 늘린 탓에 이미 쿼터가 찬 일부 품목은 아예 수출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쿼터제 대상 품목 52개 중 당장 미국 수출이 중단된 품목은 파일용 강관과 방향성 전기장판, 스테인리스 냉연 등 9개에 달한다.

특히 강관업체의 상황이 심각하다.

벌써 올해 수출 쿼터의 70% 가량을 채워, 하반기에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는 곳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급한대로 기존 물량을 제 3국으로 돌리거나 국내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상가상 미국의 반덤핑 관세 칼날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유정용강관을 주로 수출하는 넥스틸의 경우 대미 철강수출 쿼터제가 결정된 직후 미국 상무부로부터 75.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으며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이달 초에는 탄소ㆍ합금강 선재에 대해 41.1%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이 필요에 따라 ‘불리한 가용정보(AFAㆍAdverse Facts Available)’ 등을 내세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관세 면제를 대가로 쿼터제를 적용한 것이 과연 득이 되는 결정이었는지 논란마저 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한국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상당하다. 강관의 경우 미국 내 가격이 연초 대비 300달러 가량 오른 상황이라 고관세가 부과돼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섣불리 쿼터를 받아들인 건 아닌지, 쿼터제가 나은 결정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하지만 일단 정해진 만큼 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철강협회의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정부와 미국이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263만톤)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해 수출량 362만톤의 74% 수준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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