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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 폭탄 끌어 안은채 ‘휴전선언’
뉴스종합| 2018-05-21 10:53
미국 내 평가 “굉장한 진전” VS “세부 내용 없어”
ZTE, 중국 제조 2025 등 핵심 현안 공동성명에 빠져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대미 적자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갈등 봉합에 성공했다.

하지만 규모와 항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뇌관’을 안고 ‘휴전’을 선언했다는 평이다. 미국 내에서도 “굉장한 진전”이라는 평가와 “광범위한 합의일 뿐 세부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대통령과 류허 중국부총리[트럼프 트위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협상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상당폭 줄이기 위해 효과적 조치를 취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를 늘리기로 했다. 제조업과 서비스 무역을 늘리고 지식재산권 보호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산 대두(콩) 50억달러, 천연가스ㆍ원유 등에서 90억달러 정도 수출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일 미국 ABC방송에서 “베이징에서의 1차 협상(3~4일)에 이어 17~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고 나는 (결과에) 매우 고무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커들로에 따르면 미중 간 후속 협의를 위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곧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중국도 환영 분위기다. 환구시보 등 관영 언론들을 통해 21일 류허 부총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쟁을 멈추는데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상호 관세 부과를 멈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갈등 봉합 수준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국은 이틀간의 협상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작년 한 해 375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2000억달러 감축한다’는 목표치를 명시하자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동성명에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폭 감축 목표치가 명시되지 않았다. 핵심 현안인 중국 통신업체 중싱(ZTEㆍ中興)의 미국 사업 정상화나 중국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 등도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대중 관세에 대해선 미 경제 수뇌부 사이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잠정중단(on hold)한다”며 “양국의 협상 중에는 대중 관세부과를 보류한다”고 했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관세는 여전히 미국 기술산업 보호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사람의 입장차가 뚜렷하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정통한 이들은 라이트하이저의 발언은 그가 양국간 무역담판결과에서 약화된 미 정부의 전략이나 목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미국 의회 내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어떻게 이행할지도 나와 있지 않다는 지적한다”고 했다. WSJ는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해결할 문제로 남겨졌다”고 보도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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