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 미분류
마약투약후 5개국 도피…전과 17범 인터폴공조로 검거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8-05-29 11:17
해외서 긴급보호신청이 단서
한-우즈벡 신뢰관계가 큰 힘

“당신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우즈베키스탄 비행기 안에서 한국 인터폴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마약 17범 수배자 A 씨의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다. 피의자 A 씨는 마약투약 혐의로 한국경찰의 수사를 피해 미국, 포르투갈, 라트비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전 세계 5개국을 도망다니다 붙잡힌 순간이었다.

29일 경찰청 외사수사과에 따르면, 피의자 A 씨는 지난 2016년 5월 인터넷 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 0.05g를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했던 판매책에게 경찰 조사가 들어가자 자신도 수사망에 오를 것이라는 것을 감지해 한국을 뜨기로 결심했다. 

한국 인터폴이 우즈베키스탄 공항에서 수배범을 검거하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모습. [제공=경찰청 외사수사과]

지난 4월 초 미국을 지나 포르투갈에 도착한 그는 렌터카를 빌려 유럽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생각보다 일찍 돈이 떨어진 그는 대사관에 ‘자국민 긴급보호’ 신청을 했다. 긴급보호 신청은 외국에 나간 한국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보호해주는 제도다. A 씨가 마약 투약으로 도망간 것을 전혀 모르고 있던 포르투갈 대사관 측은 그에게 한국 목사를 소개시켜 주고 묵을 곳도 연결해줬다.

그러나 A 씨의 존재는 경찰의 ‘촉’에 의해 곧 발각됐다. 보통 대사관은 한국 경찰에 긴급보호를 신청한 자국민의 인적 사항을 경찰에 참고하라고 사본으로 보내주곤 하는데, 한국 인터폴이 ‘혹시 수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회를 해본 것이다.

전과 17범에, 그 사이 경기북부경찰청에서 마약사범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피의자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포르투갈 대사관에 연락해 “수배자니까 도와주면 안 된다”고 알렸다. 그러나 현지 영사관과 연락이 닿았을 때는 A 씨가 이미 러시아로 뜬 뒤였다.

경찰은 영사가 A 씨에게 소개해준 현지 목사를 통해 A 씨가 아내가 있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 씨의 목적지를 파악한 한국 경찰은 즉시 우즈베키스탄에 국제 공조수사 인터폴을 요청했다. 한국 인터폴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우즈베키스탄 인터폴에 SNS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조 작전을 짰다.

지난 4월 24일 한국 인터폴이 가는 동안 우즈베키스탄 인터폴은 일단 입국거부를 시키고 강제추방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동시에 한국 인터폴은 인터폴 사무총국에 A 씨에 대한 적색수배를 신청했다. 사무총국 상황실에 직접 전화해 “급한 사건이니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설득해 접수 후 1시간 만에 적색수배를 발부 받았다. 그 사이 A 씨는 라트비아, 러시아를 경유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가고 있었다.

우즈벡 수사진 5명은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드 공항에서 A 씨를 기다렸다가 다음날인 25일 현장에서 긴급 체포해 한국 경찰에 넘겼다. 안도하고 있던 A 씨는 공항에서 경찰을 보고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오히려 A 씨는 타지에서 만난 한국 경찰에게 “우즈베키스탄의 감옥에 가는 것보단 한국이 낫다”며 “빨리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한국에 온 A 씨는 현재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불구속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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