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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풍경]휴가기간 단톡방 탈출…“로밍 안하고 갑니다” 거짓말 필수
뉴스종합| 2018-07-20 10:00

-직장인 2명 중 1명, “휴가 때 업무 연락 받아”
-해외선 ‘연결되지 않을 권리’ 관련 규정 시행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직장인 이모(33ㆍ여) 씨의 회사 문화는 특이하다. 휴가철만 되면 SNS 단체톡방을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휴가를 다녀오는 직원은 무조건 단체톡방에서 나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서가 휴가자에 대해선 단체톡방에서 나가도록 했고, 회사에서 복귀한 날 다시 단체톡방에 초대되고 있다”며 “진정한 휴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다들 머뭇거렸는데 이젠 편하게 단체톡방을 나갔다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2. 최근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임모(36) 씨는 직장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휴가를 다녀왔다. 해외의 한 오지로 휴가를 간다고 말한 것. 로밍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을 것이니 회사 팀원들에게 아예 연락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임 씨는 “일년에 약 10일에 불과한 휴가기간만이라도 회사와 절대적으로 분리돼 쉬고 싶은데 단체톡방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맘 같아선 휴가기간 동안 SNS를 탈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직장인들의 휴가 중 단체톡방 스트레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업무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SNS 단체톡방이 업무 외 시간인 휴가기간에 업무 문의나 지시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4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가철 꼴불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6%가 휴가기간 동안 업무 관련 연락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휴가기간 동안 받은 전화는 평균 5.9통, 메일은 9건, 메신저는 66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휴가를 방해하는 꼴불견 동료가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58.3%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업무 연락을 계속하는 동료”가 50.5%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본인은 바빠서 휴가를 못 가지만 너희는 가라며 빈정거리는 동료”가 22.5%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워라밸’ 바람과 함께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휴가기간은 물론, 업무시간 외 SNS 단체톡방 사용을 자제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 대기업 법무팀의 경우 직원들의 내부 설문조사에서 ‘단체톡방 폐쇄’가 가장 개선할 점으로 꼽히자 곧바로 행동으로 옮긴 사례도 있다.

해당 법무팀 관계자는 “부서장이 단체톡방에서 ‘톡방을 없앨테니 모두 나가라‘고 얘기했을 때 대부분 머뭇거렸으나 부서장이 나가자 자연스레 단체톡방이 사라졌다”며 “그 이후부턴 퇴근 이후나 휴가기간의 단체톡방 스트레스가 아예 사라졌다”며 만족해했다.

일부 선진국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나 휴가 때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적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회사가 업무 시간 외 근로자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전화, 이메일 등 모든 경로를 차단하는 ‘엘 콤리’법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의 일부 기업들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크리스탈-클리어’ 규정을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업무시간 외 SNS 연락을 금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지만 공적인 시간과 사적인 시간을 구분지을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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