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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엄지척’ 해주면…내 삶이 더 나아질까?
라이프| 2018-07-27 11:21
음악 들을때 TOP 10 순서대로 듣거나
외톨이 될까 두려워 무리에 순응…
SNS 팔로워 신경쓰며 해시태그 등
예일대 수강신청 대란 프린스틴 교수
인기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2001년 예일대 한 강의실에서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났다. 미치 프린스틴 교수가 개설한 ‘또래 집단 사이에서의 인기’란 강의에 학생들이 벌떼처럼 몰린 것. 35명 정도를 예상하고 작은 강의실을 배정받았는데, 전체 학생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550명이 몰리자 발칵 뒤집어졌다. 이는 ABC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에 인기가 미치는 영향을 다룬 심리학 강의에 왜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몰린 걸까.

미치는 최근 저서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에서 이 사건을 소개하며, 이는 바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중요한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명 스타나 셀러브리티, 정치인 같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 본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친구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에 매달리는 건 사춘기 한 때의 호르몬 작용이 아니라 어른의 운동장에서도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든 인기가 있는 사람을 주목하거나 친구가 없는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일단 무리짓기부터 한다든지 SNS의 팔로우 수가 신경 쓰여 해시태그를 달아보는 것 등은 겉으론 다른 이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해도 속으로는 인기를 원한다는 증거다.

우리가 인기라는 말에 얼마나 휘둘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프린스턴대 사회학자 매튜 샐가닉의 연구는 각종 인기차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남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 1만 2000명의 참가자를 모집, 새로 발표된 곡을 평가한 뒤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하게 했다. 그런 뒤, 가장 인기있는 곡의 리스트를 수집한 뒤, 참가자들에게는 거꾸로 조작한 인기차트를 보여줬다. 즉 가장 인기가 낮은 곡이 1등을 했다는 식으로 순위를 조작해 제시했다. 그 결과, 가짜 1위를 다운로드한 사람의 비율은 열 배 증가한 반면, 실제 1위를 한 곡은 다운로드 비율이 곤두박질쳤다. 인기 그 자체가 가치있는 상품이 되는 이유다.

인기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나는 소중한 존재다’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남들의 평가나 인정에 연연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론 이것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행
복해지는 방법이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해준다면, 인기가 있다면 삶이 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을 끝내 버리지 못하
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모두가 인기를 원한다’에서)

저자는 인기를 두 가지 유형, ‘지위’와 ‘호감’으로 분류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인기라고 할 때의 ‘인기’는 ‘지위’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주도권, 눈에 띄는 정도, 권한, 영향력을 나타난다. 지위는 청소년기부터 뚜렷한 지향성을 보이며, 평생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인기의 두번재 유형은 호감도로, 저자는 “호감은 평생동안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유형의 인기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집단내 인기 여부를 판단하는 표준 분류법은 1982년 심리학자 존 코이가 다섯개로 범주화한 ‘사회관계집단’이다. 호감을 받는 ‘인정/수용형’과 호감과 비호감을 동시에 받는 ‘양면형’, 둘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무시형’, 비호감인 ‘거부/배척형’이다. 저자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아이들의 인기 수준이 금세 이 다섯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걸 목격한다. 뿐만아니라 같이 논 적이 없는 다른 반 아이들과 섞여도 한 시간도 안돼 원래의 인기수준 그대로 유지되는 걸 발견했다. 초등학교에서 각각의 유형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고등학교에서도 같은 특징을 보인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원래의 유형으로 돌아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형성시기의 특징이 평생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남으로부터 인정받는데 전전긍긍하고 지위에 신경쓰는 걸까? 이는 뇌 속 깊숙한 곳, 대뇌피질 아래 변연계, 복측 선조체라는 부위와 관련이 있다. 보상중추의 중심으로 청소년기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보상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된다. 즉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자신이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주변의 반응, 지위에 신경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 대한 글을 읽거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심지어 그런 사람들을 보기만 해도 우리 뇌의 사회적 보상중추가 활성화된다.

한 연구에선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믿을 때 보상중추가 가장 강력하게 활성화됐다.

청소년기에 이는 결정적이다. 자아존중감은 단지 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바탕으로 한다. 즉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자기를 멋지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정말로 멋진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고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이나 무시를 당하면 그 아이들이 못되고 무례하다고 해석하는 대신 자기가 보잘것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자기를 좋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고 소외당하면 완전히 실패자가 된 기분을 느끼는 건 선조체의 신경출격이 편도체와 해마의 일부를 포함하는 감정적 현저성 연결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위는 의미있는 기억들, 무언가에 크게 영향받은 경험 등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보상을 일상적인 느낌으로 대한다기 보다 자존감의 바탕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은 행복을 추구하는데 그리 좋은 방법이 못된다고 지적한다.

책은 인기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많은 실험결과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인기의 실체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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