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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비핵화와 종전선언
뉴스종합| 2018-08-01 11:08
워싱턴 포스트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 산음동 연구 시설에서 ICBM 1~2기가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월 30일에도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핵탄두 및 관련 장비, 시설의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조금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에 앞서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이라는 해석도 하지만,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이런 북한의 행위가 단순한 기싸움은 아닐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2000년 김정일은 방북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부 장관과 함께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는데, 여기서 광명성 1호 발사 모습이 연출되자 김정일은 “이것이 첫 번째 위성발사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계속했고, 결국 ICBM을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사실은 북한의 ICBM 제조나 핵 시설의 은폐를 기싸움으로 해석하는 것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더욱 당혹스럽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일 뿐 강제력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처럼 종전선언이 별 의미 없는 정치적 이벤트라면, 북한이 왜 그토록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설명하지는 못한다.

어제 끝난 남북장성급 회담에서도 북한은 모두발언에서 “남측 매체가 북측이 종전선언으로 미국을 흔들다 잘 안되니까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을 지나가며 한 발언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발언의 성격상, 그리고 북한 체제의 성격상 그냥 지나가는 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자신들의 주요 관심사가 바로 종전선언이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남북은 DMZ내 GP 상호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의 문제에 대해 상당한 의견 접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남북 간의 화해 모습을 부정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남북 간의 화해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러야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많은 국민이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가 한반도의 위기 지수를 낮추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큰 오해다.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남북 간의 긴장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에 발생한, 미국과 북한 사이 그리고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는 한반도 위기 지수를 떨어뜨리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북한에 휘말려 국제사회와 미국으로부터 불신의 눈초리를 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비핵화 과정의 부산물이지, 종전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그래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조차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종전선언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은 적절치 못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궁극적이고 적극적인 의미의 평화다.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란 잠재적으로도 무력 사용의 가능성이 배제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의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이 필수적이다. 이런 전제 없이 GP의 시범적 철수나 금강산 관광 혹은 개성 공단에 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궁극적 평화 도달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평화란 서두른다고 오는 존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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