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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투자절벽’, 앞으로가 더 문제…기계 수주 등 선행지표 30~60%대 격감
뉴스종합| 2018-08-12 09:00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최근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투자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설비투자 지수가 최근 4개월 연속 -2.5~-7.6%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설비투자 향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액이나 기계류 수입액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전월대비 1.2~6.0%의 증가세를 보이다 3월(-7.6%)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월대비 감소폭은 4월 -2.5%, 5월 -3.0%, 6월 -5.9%로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4월엔 1.6% 증가했으나 5월에 -3.7%, 6월에는 -13.8%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설비증설이 대부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데다, 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주력 제조업이 통상압력 등 대외환경 악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설비투자를 거의 중단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지연되면서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 투자처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러한 설비투자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설비투자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기계 수주는 올 4월(전년동월 대비 6.3%)과 5월(7.5%)에만 해도 비교적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6월에는 -15.2%의 큰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계류 수입액도 올 5월 -0.9%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6월에는 -11.5%, 7월에는 -10.6%로 2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설비투자의 핵심인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은 4월에 전년동월 대비 11.9% 증가에서 5월엔 -24.8%, 6월엔 -38.0%의 격감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를 주도해왔던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 감소폭은 5월 -5.6%에서 6월 -34.0%, 7월엔 -68.6%로 확대됐다.

KDI는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과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의 감소폭이 확대되고 기계류 수입액도 2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를 지속하면서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감소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당장의 경기상황은 물론 향후 우리경제의 성장세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이러한 설비투자 선행지표의 급격한 악화는 향후 경제 회복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불황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 중심을 이동하면서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얼나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존 주력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도 위협을 받고 있어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4차 산업혁명 등의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투자수요를 발굴하지 못할 경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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