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부쩍 걸음 느려진 노인, 사망률 2.5배ㆍ요양병원 입원율 1.6배
라이프| 2018-08-22 09:25
느리게 걷는 노인은 건강 악화 위험도가 2배나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행 속도를 또래보다 빠르게 유지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충고했다. 노인들이 도심의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모습. [제공=서울아산병원]

-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노인 1300여명 분석
- 보행속도 떨어진 노인, 건강악화 위험 2.1배
- “한국 농촌 노인, 외국 노인보다 느리게 걸어”
- “보행속도, 건강 유지 위해 또래보다 빠르게”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나이가 들면서 걸음이 느려지면 노화가 심해져 건강 악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수년 전부터 걸음이 느려진 노인은 인지장애나 치매의 가능성이 크다는 국내외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평소 꾸준히 걸으며 보행 속도를 또래보다 빠르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22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노년내과의 이은주 교수ㆍ장일영 전임의와 정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내과 전문의) 공동 연구팀이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강원 평창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134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한 결과 보행 속도가 정상보다 느린 노인의 사망률은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았다.

보행 속도가 느린 노인은 사망ㆍ요양병원 입원을 포함한 전반적 건강 악화의 위험도가 2.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느려진 걸음걸이가 노인 건강의 적신호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농촌 노인의 보행 속도가 외국 노인의 보행 속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것도 확인했다. 보통 근감소증이나 노화를 평가할 때 전체 노인의 보행 속도를 기준으로 하위 4분의 1을 보행 속도가 떨어진 집단으로 본다. 느린 보행 속도의 국제 기준은 0.8m/s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 기준과 달리 연구 결과 평창의 남자 노인의 하위 4분의 1의 보행속도는 0.663m/s였고, 여자 노인의 경우 0.545m/s였다.

외국 노인이 1분에 약 48m를 이동할 때 우리나라의 남자ㆍ여자 노인은 각각 약 40ㆍ32m를 이동한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의 걷는 속도가 외국에 비해 많게는 3분의 1 정도가 떨어져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소 보행 속도는 노화 정도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지표로, 최근 노인의 근감소증과 함께 노년 건강의 핵심 지표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이 적절한 보행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방증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평창의 65세 이상 노인은 우리나라 노인의 건강 상태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집단으로, 이번 연구는 2014~2017년 평창에 살고 있는 1348명(남자 602명ㆍ여자 746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보행 속도에 따른 건강상태 변화를 관찰했다.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고, 관찰 기간 동안 23명은 사망하고 93명은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걸음이 느려진 노인이 사망, 요양병원 입원 등 건강 악화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특히 한국 농촌 노인의 보행 속도가 국제 기준에 비해 많이 느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위 유지를 위해 나이가 들수록 천천히 양반처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멀리해야 한다”며 “평소 꾸준히 걸으며 걸음 속도를 비슷한 연령대 노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르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임상노화연구(Clinical interventions in Aging)’ 최신 호에 게재됐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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