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자동 두텁바위공원 앞에 노숙인이 하룻밤을 자고 버린 종이박스들이 쓰레기들과 함께 쌓여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
-공원 못간 노숙인 주위로 분산 ‘눈쌀’
-소음ㆍ악취ㆍ쓰레기 등 문제 계속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공원 문을 잠궜더니 이젠 주변 골목에서 술판을 벌여요. 막걸리병에 먹다 남은 도시락, 노상방뇨 흔적…. 해도 해도 너무하죠. 무섭고 찝찝해서 근처에도 못 갑니다.”
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지하철 1ㆍ4호선 서울역 12번 출구 앞. 인근 보험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여승희(35ㆍ여) 씨는 두텁바위공원 옆 골목길을 보며 말했다.
손 끝은 길 한복판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잔을 주고받는 노숙인 4명을 가리켰다. 이들 모두 윗도리를 벗고서는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떠들었다. 가까이 다가서니 악취가 진동했다. 바로 옆엔 아직 음식물이 남아있는 도시락과 컵라면 용기가 쌓여있고, 찌꺼기를 욕심내는 비둘기가 득실댔다. 보행자는 노숙인에 앞서 비둘기떼에 놀라 걸음을 멈출 정도였다. 옆골목에선 또 다른 무리가 술을 먹는 중이었다.
노숙인에 따른 용산구 동자동의 슬럼화가 심각하다.
용산구는 궁여지책으로 이들 집결지인 두텁바위공원에 철창을 세웠지만, 되레 노숙인의 활동 반경을 넓힌 결과만 이끌었다. 땜질식 처방으로 동 곳곳에 위화감은 물론 소음, 악취, 쓰레기 무단투기 등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날 1시간동안 둘러본 동자동에는 노숙인이 없는 골목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두텁바위공원에 세워진 철창때문에 공원으로 들어가지 못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
소음과 악취도 문제였다. 노숙인의 활동 반경이 커진 만큼 이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 범위도 넓어졌다. 일대에서 5년째 거주중인 주민 김은규(45) 씨는 “지난해만 해도 노숙인으로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며 “그런데 올들어선 이들 몇몇의 떠드는 소리로 잠을 못자는 것은 물론, 아무 문제 없던 골목길마다 악취가 심해져 가벼운 산책도 힘들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두텁바위공원 앞에 노숙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누워있다.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
이런 상황에서 용산구도 고민하는 기색이다.
구가 두텁바위공원에 높이 2.5m 가량 철창을 세운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노숙인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공원이란 악명을 벗고 어린이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현재 어린이집 등에서 이용을 요청할 때만 문을 연다. 공원 문이 잠기자 노숙인의 행동 반경이 넓어진 점은 인지 중이었다.
구 관계자는 “구청 직원과 동 주민센터 직원을 수시로 보내 관리에 나서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청소 횟수를 늘리고 전담인력을 추가하면서, 인근 노숙인보호시설과 함께 방안을 짜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숙인은 스스로 원해서 거리를 전전하는 일도 상당해 공원에 철창을 세우는 것도, 그렇다고 멀리 내다봐서 직업훈련을 시키는 것도 (노숙인)수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며 “우리 사회가 공 들여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조언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