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라이프 칼럼-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보물찾기
라이프| 2018-08-29 11:47
한바탕 보물찾기 소동이 벌어졌다. 2018년 6월 1일 일군의 사람들이 신일그룹을 설립한다. 7월 17일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러일전쟁 당시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 침몰한 돈스코이호에 150조 원어치 금괴가 실려 있다고 밝힌다. 신일그룹은 배에 실려 있는 금괴를 미끼로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을 개당 120~200원에 판매한다. 8월 7일 경찰은 신일그룹 서버와 경영진 집을 압수·수색한다. 8월 27일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신일그룹은 애초에 인양의사가 없었다. 신일골드코인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인터넷 포인트에 불과한 것이다. 단순 사기극이라는 말이다. 피해자는 2600명을 넘었고 피해액은 현금입금액만 따져도 90억 원을 넘었다.

보물찾기 소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한다. 돈스코이호와 함께 수장된 금괴를 찾아 나선 것이다. 1975년 미원상사는 아산만 울도 남서쪽 2㎞ 수심 20m 지점에 침몰한 고승호 인양 소동을 벌인다. 청일전쟁 당시 아산만 앞바다에 침몰한 고승호에 실려 있는 은화를 찾기 위한 것이다. 1979년에는 한국우선주식회사가 같은 장소에서 보물을 찾는다. 2001년에는 주식회사 골드쉽이 보물찾기를 한다.

1894년 5월 7일 동학농민군은 관군과 화약을 맺고 전주성에서 철수한다. 조선은 청국에 동학농민군 진압을 요청한다. 6월 12일 청국군은 아산을 향해 출항한다. 6월 28일 제물포에 상륙한 일본군은 곧장 한양으로 달려간다. 7월 23일 청국군 추가 병력은 아산 백석포에 상륙한다. 7월 25일 일본군은 청국군을 공격한다. 청국 군함 광을호와 청국군을 수송하던 영국 상선 고승호를 아산만에 침몰시킨다. 8월 1일 일본군은 청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패전한 청국은 1895년 산동반도 유공도에 중일갑오전쟁박물관을 짓는다. 1896년 요동반도 여순에 만충묘를 설치한다. 청일전쟁을 기억하고 청국군의 장렬한 희생을 기념한 것이다.

1904년 2월 9일 일본군은 제물포 앞바다에서 러시아 군함을 공격한다. 일본군의 기습공격을 받은 러시아 군함 바략호와 코레에츠호는 항복하지 않고 스스로 침몰한다. 2월 10일 일본은 러시아에 전쟁을 선포한다. 5월 29일 일본군의 공격을 받은 돈스코이호도 울릉도 앞바다에서 스스로 침몰을 선택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4년 2월 10일 러시아사람들이 순양함 바략과 구축함 코레에츠를 타고 인천항에 들어온다. 2월 11일 인천항 연안부두 친수공원에서 추모비 제막식을 개최한다. 러일전쟁을 기억하고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벌인 다른 나라 전쟁을 우리는 물끄러미 지켜봤다. 전쟁당사국들은 전쟁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자신의 나라에서 박물관을 만들고 사당을 짓는 것도 모자라서 남의 나라에 기념비를 세우기까지 한다. 전쟁당사국 중 어느 나라도 전쟁을 뉘우치지 않는다. 아무도 평화를 염원하지 않는다. 일본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동북아 평화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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