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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故 김수영 시인, 입학 73년 만에 연세대 명예졸업장
뉴스종합| 2018-08-31 14:47
생전의 김수영 시인 [사진=민음사]

-부인 김현경 여사 “젊은이들이, 국민이 김 시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것”

[헤럴드경제=이슈섹션] ‘풀’ 등 대표작으로 명성 높은 고(故) 김수영 시인(1921∼1968)이 작고 50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는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연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김수영 시인의 명예졸업증서를 대신 받았다.

단상에 오른 김 여사에게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직접 증서를 건넸고, 이어 김수영연구회 연구원들이 축하의 꽃다발을 전했다.

김 여사는 “젊은 사람들이, 국민이 김수영 시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것”이라고 감사를 표하며 공을 돌렸다.

이날 김수영연구회 회원인 시인 임동확, 노혜경, 김응교와 김수영의 여동생 김수명, 김송자 여사도 참석해 대선배와 오빠의 졸업식을 빛냈다.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고(故)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앞줄 오른쪽 세 번째) 여사가 시인의 명예졸업증서를 대리 수여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수영의 첫째 여동생 김수명(앞줄 오른쪽 네 번째) 여사, 막내 여동생 김송자(뒷줄 오른쪽) 여사도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여식 후 김 여사는 “징용됐다가 해방 직후 돌아온 사람들은 다 서울대 가려고 했는데 이 양반만 연대에 갔다. 서울대의 관료적 분위기가 아니라 연세대의 자유 학풍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떠올렸다.

또 “시인이 연세대에서 영문학 강사로 T.S. 엘리엇을 강의한 적이 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교실을 (일반 강의실에서) 중강당으로 옮겼고 끝나고는 기립 박수를받곤 했다”며 흐뭇한 기억을 꺼냈다.

김 여사는 “제가 너무 뻔뻔스럽게 오래 사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남편의)명예졸업식에 오니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임동확 시인은 “김수영 선생이 과거 ‘내 작품이 20년을 넘길까’ 하고 고민했다는데 20년을 넘어 50년이 됐고 이후 100년까지 기억돼 고전이 될 것”이라고 상찬했다.

노혜경 시인은 “당신이 살아계셨다면 받고 싶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수영 시인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좋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수영은 1945년 11월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중퇴했다. 1966년 영문학 강사로 다시 연세대에 돌아와 강단에 섰다.

연세대는 “4·19 혁명에 동참하는 등 자유와 혁명을 외쳤던 김수영은 자유로운 학풍을 보고 연희전문학교를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그의 자유정신과 한국 문학에 대한 공적을 기린다”고 명예졸업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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