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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새로운 틀을 시행하자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18-09-18 11:19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8월 발표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전년 대비 0.4%p 증가해 1.3%로 나타났다. 조사 첫해인 2012년 12.29%를 기록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6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 0.89%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결과이다. 수치로만 본다면 매우 낮은 비율이지만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보다 심도있는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들의 집단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청소년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학교 현장에서는 아주 사소한 다툼의 경우에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처리하고 있어 학생들의 진정한 반성이 어렵고 화해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많은 행정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개선 요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학폭위 심의건수가 2015년 1만9830건에서 2017년에는 3만993건으로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학교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폭력의 유형과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라는 동일한 용어로 처리하다 보니 심각성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힘든 상황이다. 심각한 폭력 사안의 경우에는 엄정한 처벌을 통해 가해자가 반성하도록 해야 하지만, 사소한 다툼의 경우에는 학교 차원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함으로써 교우관계를 회복하고 관련 학생 모두 학교생활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8월 31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교육부는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중대한 청소년 폭력범죄는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되 단순ㆍ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학교자체 종결제’를 도입키로 했다. 또 가해학생에 대한 경미한 조치는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시키는 등 매우 의미있는 정책 변화를 도모했다.

더불어 촉법소년의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도록 한 것은 범죄 예방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촉법소년 범죄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8년 상반기에만 10세∼13세 범죄 증가율 7.9%, 13세 범죄 증가율 14.7%을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성장 속도가 과거보다 현저히 빨라지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청소년 폭력은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고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단순ㆍ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 차원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학교자체 종결제’를 도입한 것은 바람직하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단순ㆍ경미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교내 학생, 학부모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학무조건 폭위에 상정하여 행정적 낭비가 초래된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주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다툼은 학교장의 판단 아래 화해를 통해 교우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학교자체 종결제를 도입하면 학교폭력 자체를 숨기거나 축소시킬 수 있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도 유념해야 한다. 학교가 학교폭력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응 기조는 학교의 문화를 평화롭게 바꾸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였지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행정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반성과 회복보다는 처벌 중심의 사안처리라는 비판이 높아져 왔다.

그런 점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경미한 처분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한 것은 평생동안 영향을 미치는 낙인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으로 매우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학교폭력 대책은 심각한 폭력은 더 엄중하게 대응하고, 사소한 다툼에는 회복적 지원을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의 근본적인 기조가 바뀐다는 측면에서 학교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겨졌다. 학교폭력 예방의 기본적인 틀을 바꾸는 이번 방안이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연내에 법령 개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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