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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법 어기거나 세금 안내면 귀화 불허…모호한 ‘품행단정’ 기준 구체화
뉴스종합| 2018-09-21 08:44
법무부는 귀화 요건에서 ‘품행 단정’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국적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입법예고…‘귀화 분쟁’ 감소 기대
-벌금형 5년ㆍ징역형 10년 이내엔 귀화 불허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외국인이 귀화할 때 요건인 ‘품행 단정’ 기준이 구체화된다. 그동안 이 요건이 모호해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로 귀화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법무부는 귀화 요건에서 ‘품행 단정’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국적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은 세금을 내지 않거나 국내법을 어긴 경우 구체적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 귀화를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소유예 처분일부터 2년 이내 ▷벌금 납부일부터 5년 이내 ▷금고 이상의 형으로 집행유예 받은 경우 7년 이내 ▷금고 이상의 형 집행 종료부터 10년 이내에는 법무부가 신청인의 귀화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국세ㆍ관세 또는 지방세를 내지 않은 외국인도 귀화가 불허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차량을 소지하거나 소득이 있으면 지방세 등을 내야 한다. 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출국 명령을 받으면 출국한 날부터 5년 이내, 강제퇴거 명령을 받으면 출국일부터 10년 이내에는 귀화가 불가능하다.

법무부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귀화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현행 국적법 제5조 3항은 외국인이 귀화 허가를 받으려면 ‘품행이 단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는 귀화 신청인의 품행 단정을 재량에 따라 결정해왔다. 구체적이지 않은 기준 때문에 품행 미단정으로 귀화를 불허했다가 종종 소송 대상이 됐다.

2016년 법무부가 한국에서 태어난 대만인 A씨의 귀화를 불허한 사건도 논란이 불거졌던 사례다. A씨는 21년 전 필로폰을 투약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문제가 돼 귀화하지 못했다. A씨는 행정 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품행 단정 요건은 귀화 신청에 대해 처분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과거 한번이라도 범죄 전력이 있으면 평생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기준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결했다. 새로 마련된 개정안을 적용하면 A씨의 21년 전 범죄 전력은 귀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5138건 가운데 16.8%(867건)가 품행 단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였다. 2014년엔 귀화 불허 7221건 가운데 21.2%(1531건)가 품행 미단정에 해당하는 등 해마다 10명 중 1명 이상이 이 요건 때문에 귀화하지 못했다. 법이 개정되면 귀화 결정을 두고 생기는 잡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귀화 요건에서 품행 단정의 기준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서 오는 12월 20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10월 말까지 구체적 기준을 담은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상위 법령과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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