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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줄어드는 韓 증시…이제 자사주 매입 비중 늘려야
뉴스종합| 2018-11-07 09:30
-S&P500 시총 대비 자사주 매입 3%, 코스피는 0.7%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할 때 증시 반등 기대
-국내 기업 잉여현금 비중 7%…자사주 매입 여력 충분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내 증시가 상장사들의 실적 둔화와 뚜렷한 매수주체의 부재 등으로 부진이 깊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다시 박스권 장세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증시 추락을 가속화한 미국발 금리인상과 강달러, 무역분쟁 이슈도 여전히 고개를 든 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덩치’에 비하면 여전히 그 규모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7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비중은 0.2%에 그쳤다. 최근 3년간(2015~2017년) 평균치는 0.7%에 불과하다. 2015년 0.8%까지 늘어났던 자사주 매입 비중이 지난해 0.5%로 떨어지며 다시 뒷걸음질친 탓이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비중은 최근 3년간 평균 3%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6%를 기록하며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미국 증시가 ‘나홀로 강세’를 보인 요인으로도 기업의 호실적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꼽는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16년 2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S&P 500에 속한 기업들은 1분기에만 1890억 달러(한화 약 211조960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분기 단위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실적 호조와 올해 법인세 인하로 기업 수익이 더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연초 이후 주가 조정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요인이 강해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진은 이달 재개될 것으로 보여 최근 조정을 받았던 증시에 다시 강한 지지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한 달 동안 자사주 매입을 못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5일(현지시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자 주가가 4.7% 상승했다.

국내 증시 역시 최근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폭락장이 펼쳐진 지난 달 자사주 취득 결정을 공시한 상장 기업은 총 73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10월 27개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증권업계는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자 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경우 지수의 변곡점이 형성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잉여현금 규모를 고려할 때 자사주 매입 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스피 기업들의 자본금 대비 잉여현금 비중은 7% 수준으로 5%대를 기록 중인 미국 S&P 500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일본 토픽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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