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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순위’ 법원행정처 차장의 추락…직권남용 혐의 어떻게 다툴까
뉴스종합| 2018-11-15 09:18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26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관 1순위 꼽혔던 행정처 차장 ‘1호 기소’ 오명
-임종헌 전 차장 30여개 혐의 대부분이 ‘직권남용’
-檢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하지만 죄 아니다” 주장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 때 유력한 대법관 후보였던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은 직권남용 혐의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 기밀누설 등 30여개 혐의를 적용해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했다. 임 전 차장은 사상 초유의 대법원 수사 1호 기소 대상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공소장 분량만 242쪽에 달한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관으로 지명되는 ‘길목’으로 꼽혀 법원장급 인사들이 선호하는 요직이었다. 법원 예산과 인사 업무를 맡아 각종 입법 사항에 관여하는 업무 특성상 대법원장은 물론, 국회를 오가며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만큼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도 수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뒤 2005년 대법관에 지명됐다. 이번 사태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차한성(64·7기) 전 대법관은 2006년,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은 2011년 차장을 거쳤다. 현직에서는 권순일(59·14기) 대법관이 2012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다 대법원에 입성했다. 판사가 국회를 오가며 입법을 추진하고, 대법관으로 지명돼 인사 보상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임 전 차장 역시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뒤 2015년부터 2년간 차장으로 재직했다. 2015년 당시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이던 ‘상고법원’ 입법 로비 업무를 주도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적용한 혐의 중 20개 이상이 직권남용이다. ‘직무에 관한 권한을 남용했느냐’가 쟁점이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대체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하지만 ‘대단히 부적절하지만 죄는 안되는 게 아니냐’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재판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상고법원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차모 판사의 채무관계를 뒷조사하는 등 일선 판사를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차장이 공직자가 등록할 재산을 열람할 수 권한이 있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임 전 차장은 사건을 검토했을 뿐, 실제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에 배당된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화해 일선 법원장들에 나눠준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실제 공보업무에 사용됐다’고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반면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실제 판사 재산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권남용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범죄 자체가 ‘직무 권한’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정당하게 행사되지 않으면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재판개입 의혹의 경우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떠나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사건 검토를 시킨 행위만으로도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것이어서 직권남용 성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공보관실 운영비의 경우도 검찰은 상당 부분 용처 파악이 돼 있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을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실행행위를 한 임 전 차장과 사법행정권 총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 사이를 연결할 ‘키맨’으로 꼽힌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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