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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노동정책] 勞-政, 탄력근로제 정면충돌…文정부 親노동정책 시험대에
뉴스종합| 2018-11-21 11:17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도 총파업투쟁 돌입
탄력근로는 구실일뿐 실상은 주도권 싸움
文대통령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힘싣기’
합의 못보고 시간만 끌 경우 갈등 더 심화


탄력근로제 확대를 놓고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21일 새로운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을 하루 앞두고 총파업을 벌여 급기야 노·정관계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에 정부가 노동계와 대립 구도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일지, 아니면 계속 노동계에 끌려다니게 될지 이번주가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의 향방을 가름하는 최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관련기사 12면

민주노총은 이날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사업장 노동자들로 조직된 금속노조의 주도 아래 ‘적폐 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 대개혁’,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법 개악 중단’ 등을 구호로 내걸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업장별로 일정시간 노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동참한 참가조합원은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추산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벌이는 노·정간 갈등은 입장차가 팽팽해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 양대조직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함께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3개월로 되어 있는 단위기간을 최소 6개월로 늘려서 주 52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의 여파를 막겠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주 52시간 단축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반대한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따라 노동 시간·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3개월 단위인 탄력근로제가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면 노동자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 정부들어 친노동정책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노동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탄력근로제 자체는 투쟁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고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제 정부와 밀월관계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더 밀리면 노조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총파업 공세에 돌입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이 쉽게 통과되면 앞으로 최저임금법 재개정, 국민연금법 개정, 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노동 현안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이 빠진 채 닻을 올리는 경사노위는 ‘탄력근로 확대’ 등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경사노위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경사노위 위원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는다.

갈림길 앞에 선 문재인정부는 일단 민주노총을 뺀 사회적 대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경사노위 첫 회의를 청와대에서 개최하는 것도 민주노총 불참에도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는 원래 노동계 5명(한국노총, 민주노총, 비정규직, 여성, 청년), 경영계 5명(경총, 대한상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정부 2명(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경사노위 2명(위원장, 상임위원), 공익위원 4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17명 체제로 우선 출범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출범식에 이어 열리는 1차 본위원회 회의에서는 최대화두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 문제를 논의할 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도 논의된다. 하지만 경사노위 논의에 부칠 경우,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시간만 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노동계가 요구하는 국제노동기구(ILO)협약 비준, 비정규직 철폐 등을 협상카드로 내놓으면 대화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양측은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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