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동국대를 마지막으로 서울 소재 대학들의 총여학생회(총여)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2일 동국대 총대의원회와 ‘동대신문’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사흘간 치러진 학생 총투표 결과, 실 투표 7천36표 중 찬성 5천343표(75.94%), 반대 1천574표(22.37%), 무효 119표(1.69%)로 총여 폐지가 가결됐다.
동국대는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총여학생회 활동을 이어왔다.
건국대와 중앙대, 홍익대는 2013∼2014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적 기구였던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성균관대도 올해 학생 총투표 끝에 총여학생회 폐지를 의결했고,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을 추진했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광운대도 10년 넘게 후보자 없이 자리를 비워뒀던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 위해 조만간 학생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외대도 총여가 없어졌고, 서울시립대는 2002년 이후 입후보자가 없어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해 총여 ‘우리사이’가 있었으나 이후 입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아 올해 3월과 5월, 11월 3차례 선거가 무산됐다.
총여학생회가 차츰 폐지 수순을 밟는 동안 각 대학에서는 총여의 존재 이유와 그 필요성에 관해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성균관대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를 앞두고 부활을 이끌던 학내 여성단체 ‘성균관대 성 평등 어디로 가나?’가 “아무런 대안도 없이 총여 폐지안 총투표를 제안한 것은 위선”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동국대도 총여학생회가 나서 대자보로 연대 입장을 모으면서 총여 폐지 반대 여론을 형성해왔다.
총여학생회를 지지하는 한 학생은 대자보에서 “총여를 총학생회의 하위 기구로 넣어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다른 역할로 존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학내 혐오 발언을 멈추게 하는 등 총여의 역할은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총여의 ‘비민주성’을 문제 삼았다.
이달 14일 열린 동국대 총여학생회 폐지 관련 대토론회에서 한 학생은 “총여는 과세는 다 하면서 대표성을 부여하는 참정권은 여학생에게만 있다”며 “페미니즘과 반(反)페미니즘이 아닌 민주 절차에 대한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여 폐지를 반대한다는 다른 학생 역시 “활동 주체가 민주적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남학생에게 선거권을 줘 대표성을 갖거나 여학생에게만 선택적으로 회비 납부를 받는 안이 있다”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한설 광운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총여학생회는 여성의 대학 진학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절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고자 구성됐지만, 현재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사회적 흐름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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