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있지만 최후의 수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일부 임원간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마지막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다. 윤 원장의 일괄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임원이 아직 남아서다.
임원은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해임도 어렵다. 윤 원장이 업무배제 등의 카드로 해당 임원의 용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금감원 고위 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일괄 사표를 요구받은 부원장보 9명 중 최소 1명 이상은 아직까지 사표를 내지 않고 있다.
사표 제출을 거부 중인 한 부원장보는 “청와대 검증을 다 받은 임원으로 임기가 3년인데 1년 여 만에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9명의 부원장보들은 2017년 11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전원 임명한 인사다. 현재 3년 임기 중 3분의 1가량(1년2개월)을 채운 상황이다.
다른 부원장보는 “사표를 냈고 마음을 비운 상태”라면서도 “부원장보 중 50대 초중반도 많은데 재취업 제한으로 3년 간 백수가 되면 개인적으로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17년 전원 교체된 전임 임원 13명 중에서도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3명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측은 만약 일부 임원들이 사표 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면 업무배제나 전보조치 등의 카드를 꺼내 용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임원을 비슷한 방식으로 압박 혹은 설득해 용퇴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다만 최후의 카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표 제출을 거부한다고 해서 실제 해당 임원에 대한 업무배제 조치 등이 행해질 가능성은 낮다”며 “통상 윗선에서 지속적으로 설득해 다른 조치가 이뤄지기 전 용퇴를 이끌어내는데 이번엔 (당사자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미 후임 부원장보 후보들을 추천한 상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원장보 9명 전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는 방식을 취했지만 실제 교체 대상자는 3~4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에 전원을 교체하는 것 보다 순차적으로 바꾸는 것이 조직안정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의 이번 임원인사 방침을 두고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특히 강조하는 윤석헌 원장과 금융산업 건전성 지도에 무게를 두는 임원간 충돌이 표면화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 인사가 먼저 끝나야 국,실장급 및 일반 직원들 인사까지 순차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부원장보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