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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vs 점차…‘공시지가 현실화 속도’ 갑론을박
부동산| 2019-01-07 10:28
공시지가 최대 3배까지 올라
“조세저항 우려… 속도조절해야” vs.
“기준 흔들려선 안돼… 즉시 현실화”

[사진=단독ㆍ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3배 가량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점진적 인상을 위해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공시지가를 왜곡할 수 있다며 즉시 현실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의견청취를 받고 있는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보면, 최근 서울에서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일부 고가주택 공시가격이 최대 200%(3배)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해 7억원에서 올해 13억9000만원으로 두배 가량 올랐고, 성동구 성수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지난해 14억3000만원에서 올해는 37억9000만원으로 2.65배까지 오를 것으로 예고됐다.

다만 이는 상승률이 높은 대표 사례일 뿐, 대다수 일반주택의 상승률은 이보다는 훨씬 낮다. 대체로 고가주택의 상승률이 높고, 저가주택의 상승률은 낮은 경향성을 보인다. 국토부 측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급등했거나 공시가격이 저평가된 일부 부동산의 경우에는 공시가격 상승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시지가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속도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너무 빠르게 오를 경우 보유세가 올라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고, 집주인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율을 우회적으로 인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 공시지가가 30% 오르면 지역가입자의 평균건강보험료가 13.4% 오르고, 10만명의 노인이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시지가를 즉시 시세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공시가격 체계를 만든 주역인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공시지가는 공적 기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 정보를 정확하게 반영해야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과거에도 공시지가를 점진적으로 올리려고 하다가 부동산 침체기가 와서 시세가 떨어지면 못올려서 아직까지 현실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부담 증가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준은 원칙대로 하고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증가 등의 문제가 우려되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를 할 때 공시지가의 일정 부분만 과세표준에 반영하기 위한 비율) 등 사용하고자 하는 행정목적에 따라서 적용 비율을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원칙적으로라면 공시지가가 기준으로 먼저 자리잡고 이후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조정해야 하는데, 보유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겠다고 먼저 공언해버린 터라 일의 순서가 꼬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율을 0.5~2%에서 0.6~3.2%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종부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0%에서 매년 5%씩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는 공시지가 현실화가 올해 일거에 이뤄지고 있는지, 몇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몇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하면 ‘내년에도 이만큼 오른다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시지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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