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지구의 99.6%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①이용재 연세대 교수
뉴스종합| 2019-01-09 13:47
-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연구 내용 소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우주를 이해하려다 보면 지구가 장구한 시간과 공간 속 한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땅 아래를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땅 위의 모든 지질 현상과 환경이 지구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부산물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로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교수는 신개념 광물로 지진 발생과 화산 활동 원인을 새롭게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구의 99.6%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라며 “앞으로 지구 속 신비를 밝히기 위해 전문적인 방사선을 활용한 고온고압 실험 환경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 연구팀은 지표의 여러 지질 현상들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는 카올리나이트에 주목했다. 카올리나이트는 해양퇴적물의 주요 구성 광물이다.

연구팀은 카올리나이트를 물과 함께 섞은 뒤 섭입대 접촉면 깊이에 따른 온도와 압력 조건을 만들어 카올리나이트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했다. 섭입대는 해양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면서, 해양판과 함께 들어온 물이 대륙판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을 말한다. 바닷속 깊은 곳에 위치한 섭입대는 지표의 물이 지구 내부로 순환하기 시작하는 입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험 결과 연구팀은 특정 깊이의 온도와 압력에서 카올리나이트가 주변의 물을 대거 흡수해 전체 무게의 약 30%에 달할 정도로 부피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특정 조건에서 물을 추가로 흡수해 팽창하는 초수화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물을 머금은 카올리나이트가 섭입대 접촉면의 물성을 변화시켜 지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초수화된 카올리나이트가 만들어지려면 대기압의 약 2만5000배에 달하는 압력과 200℃ 고온이 필요한데, 이는 섭입대 하부 약 75㎞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카올리나이트의 초수화 현상을 형상화한 그림. 해양퇴적물의 주요 구성 광물인 카올리나이트가 섭입대를 따라 물과 함께 침강함에 따라 특정 깊이에서 초수화에 의한 물의 유입과 운반, 유출이 일어나고 지진과 화산활동에 관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울러 연구팀은 초수화된 카올리나이트에 섭입대 약 200㎞에 해당하는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물이 대거 빠져나오면서 다른 맨틀 광물로 물이 상전이 하는 현상도 관찰했다. 이 교수는 “이로써 섭입대 심부에 물이 공급되며 마그마가 만들어지고 화산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땅속 200㎞ 이상의 광물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포항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미국, 독일, 중국의 가속기 연구시설을 방문하며 실험을 수행했다. 해당 논문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2017년 11월 게재됐다.

그는 “지금까지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터전인 지구가 작동되는 원리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끼칠 영향을 넘어 지구 시민으로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보다 더 깊은 땅속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지구와 행성의 탄생과 숨겨진 비밀을 밝혀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로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편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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