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한국당, 목포 내려갔지만…주민 “보여주기 행사” 항의
뉴스종합| 2019-01-23 11:30
문화재구역 지정 경위 추궁…市 “문제없다”

목포 문화재구역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야당과 손혜원 의원 사이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목포를 방문했다. 그러나 원내대표까지 동반한 방문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현장에서 투기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애초 목적과 달리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조사 TF’소속 의원들은 지난 22일 오후 손 의원의 측근이 부동산을 매입한 전남 목포 원도심 일대를 둘러봤다.

앞서 목포시청을 방문해 김종식 목포시장과 문화재청 관계자 등을 만난 한국당 의원들은 목포시로부터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지역 민심을 의식해 “동작에서 태어난 충청의 딸, 호남의 손녀”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나 원내대표는 “사업이 더 안정화되고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시장 역시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화답했다.

비공개회의 동안 한국당 의원은 문화재구역 지정 과정에서 구역이 수차례 조정된 것을 두고 “손 의원의 입김이 때문에 지정 구역이 바뀐 것 아니냐”고 물었고, 시와 문화재청 관계자는 구역 지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회의에 뒤이어 진행된 현장방문이었다. 나 원내대표의 방문 소식을 들은 지역주민 100여명이 첫 방문지인 창성장 앞에 몰렸고, 경호를 위해 출동한 사복경찰 수십 명과 취재진까지 합세하며 좁은 골목은 인파로 가득 찼다. 도착한 의원들은 거리를 둘러볼 틈조차 없이 골목을 곧장 걸어야 했다.

현장에 도착한 나 원내대표는 “사업지구 내 노른자위 땅 28%가 외지인 소유고, 18%는 손 의원 일가 소유”라며 “사업 구역변경을 통해 손 의원 일가 부동산이 포함된 것”이라고 했고, TF단장인 한선교 의원은 “손 의원은 ‘돈에 미친 것’”이라며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현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한국당 의원들은 문이 닫힌 창성장 앞을 곧장 지나쳤다. 거리를 걸으며 동행한 시 관계자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은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한 갤러리뿐이었고, 100m 남짓한 골목을 걷고 모든 일정은 끝났다. 사실상 현장 방문에서 얻은 수익은 없었다.

거리를 걷는 도중에는 주민들이 의원들을 가로막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주민은 “평소에는 목포에 오지도 않으면서 동네만 시끄럽게 만들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국당 현장방문이 끝난후, 골목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목포의 도심재생 사업에 관심도 없다가 정쟁이 발생하니 떠들썩한 보여주기 행사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 분위기는 손 의원 의혹과 별개로 목포에 대한 한국당의 숙제를 보여준 일로 남게 됐다.

목포=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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