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미세먼지 저감기술 ‘걸음마’…실험실 밖으로 나오려면
뉴스종합| 2019-01-28 10:57
전문가들은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대책처럼 언급되는 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헤럴드 DB]

[헤럴드경제=이정아ㆍ정세희 기자] 정부가 최초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25일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으나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은 28일 오전 관측 실험에 대해 “실험 인근 지역에 약한 안개비가 관측되었으나 정규 관측망에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1차 발표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한달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조심스럽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 “인공강우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미세먼지 대처법들(인공강우, 고압분사 물청소,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에 대해서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미세먼지 대응 포트폴리오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공강우 실효성은 ‘글쎄’= 문 대통령은 “인공강우, 고압분사 물청소,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 등 미세먼지 대처법을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23일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 계획을 발표했고 25일 기상항공기가 서해상의 구름 속에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24개(총 3.6㎏)를 살포했다.

이번 실험은 우리나라가 수자원 확보를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인공강우 실험에 미세먼지 연구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손놓고 있기보다 뭐라도 해보자는 뜻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지만 앞서 국내 연구에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는 과학적으로 실효성이 매우 낮게 거론된 연구”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상조건이 인공강우를 만드는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인공강우가 만들어지려면 흐린 날, 특히 비구름이 있어야만 한다. 기상 비행기에서 뿌려지는 요오드화은 연소탄, 드라이아이스펠릿 등의 구름씨앗이 구름 속 수증기와 엉겨 붙어야 빗방울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비구름이 없는 맑고 화창한 날에 주로 문제가 된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서해상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올 때 인공강우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선결조건부터 성립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인공강우 기상조절 실험을 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7개국이다. 주목적은 비를 내릴 수 있는 구름이 있을 때 강우량을 늘리는 데 있다.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실효성을 거둔 연구는 단 하나도 없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주류 과학계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가뭄 해소를 위해 인공강우 연구를 해왔지만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공강우가 만들어지는 원리 [헤럴드 DB]

▶과학ㆍ기술ㆍ정책ㆍ외교 연결 포트폴리오 마련해야= 우리나라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걸음마 단계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압분사 물청소 대책도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비용효과성이 현저히 낮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의 ‘월드컵 분수대’를 미세먼지 차단장치로 설정하고 분수대를 고압분사기로 활용해 실험한 결과 가로 200m, 세로 200m, 높이 200m의 공간의 미세먼지 92%를 줄이기 위해서 건설비용이 78억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해상에 해당 미세먼지 차단벽 기술을 적용하면 고압분사기 방식은 1조8000억원, 미세물입자 송풍 방식은 2조3000억원의 시설비가 필요하다.

반면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거론된 공기필터 정화, 집진기 설치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고분자 나노섬유 소재에 반응성 이온 에칭 공정을 적용해 포집성능을 25% 높이고 압력손실을 30% 줄인 기능성 미세먼지 필터를 개발했다. 재료연구소는 알루미늄 잉크 기술을 적용해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섬유 필터 소재를 제조했고, 서울대학교는 금속 나노와이어 네트워크를 이용해 정전기력이 배가시켜 미세먼지 처리 성능을 향상시킨 필터를 개발했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대기오염과 관련된 기술은 수명주기가 길어 후발국의 추격이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집진저감 기술에 있어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축소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인공강우 실험이 아니라 고정밀 관측 데이터 축적을 통한 오염원 파악부터 저감기술 개발, 환경영향성 평가까지 일관성 있는 장기적인 연구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외교적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사업단장인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책이 연결이 되어야만 실효성이 있다”라며 “과학자는 데이터를 측정하고 오염원을 규명하고, 정부는 연구성과를 기반한 정책을 입안하고, 이 과정에서 발전소 등은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사업장 실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정헌 건국대 기술융합공학과 교수는 “인공강우가 하나의 대안으로 연결되고 과학적으로 분석되는 건 좋지만 한 번에 해결되는 대안으로서 인공강우가 언급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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