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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②]무능력한 환경부, 다시 원점?
뉴스종합| 2019-01-29 11:27
수도권 7개 시군, 2096.53㎢ 규제 대상
‘오염물질 줄고, 관리가능한데 규제’ 반발
서울시, 인천시 반대로 개정작업 원점으로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을 표시하는 푯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은 2500만명에 이르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사용하는 물을 청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환경부가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광주, 남양주, 이천, 용인, 여주, 가평, 양평 등 경기 동부지역 7개 시군에 걸쳐 있다. 수도권에만 2096.53㎢의 면적이 대상이다. 이 지역에선 농사를 짓거나 공장이나 식당을 운영하면서 생길 수 있는 온갖 오염물질 배출이 제한되고, 수영, 세탁 등도 금지된다.

문제는 오랫동안 이 제도가 유지되면서 수많은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장을 이전하거나 증축하는 등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흩어진 공장을 한 곳으로 모아 관리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더 줄고, 지자체가 관리하기도 쉽지만 현재 제도로는 불가능하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시설을 유치하려고 해도 온갖 제약이 따른다. 지자체별로 지역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해당지역에 난립한 공장을 계획화, 집적화 하려고 추진하지만 늘 계획뿐이다. 수도권 물 문제라는 민감한 이슈에 관련법 개정은 늘 벽에 부딪혔다.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이런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본격화했다. 환경부가 2017년 8월 2011년 이후 사문화됐던 ‘팔당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고시’(이하 특대고시)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잇따라 공장 설립 허가가 났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6만㎡ 이하 소규모 산업단지 건설을 허용했다. 광주시, 이천시, 여주시 등 지자체는 오염총량제를 지키는 조건으로 소규모 산업단지를 적극 추진했다. 당시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 이전이나 설립을 제한하는 환경부의 특대고시는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이천시에서만 7건의 산업단지가 허가됐다.

지자체도 적극적이었다. 오염물질도 줄고, 중소기업에겐 세금 혜택이 있어 소규모산업단지 설립을 주도했다. 이에따라 광주시만 곤지암프레시푸드 일반산업단지, 초월읍 학동 일반산업단지, 도척면 한울 일반산업단지, 방도 일반산업단지 등 4개 산업단지에 21개 기업이 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이천시에선 ‘도립산업단지’, 매곡리 일반산업단지가 산업단지로 이전할 계획을 진행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이후 특대고시를 내세워 상수원보호구역 주변에 소규모 산업단지 공장을 추진했던 사업을 모두 중단시켰다. 이미 국토부로부터 산업단지 지정계획 승인까지 받았던 곳들을 환경부가 막아선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상수원 보전지역에서 산업단지 공장 허가가 난 건 단순한 실수”라면서 “앞으로 규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수원보호구역 개정 요구 봇물= 사업 추진이 중단된 곳의 중소기업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는 오락가락 대책으로 피해를 입는 업체들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업체들은 지자체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인데 사업이 중단돼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업체 중에는 짧게는 1년에서 2-3년간 공장 이전을 준비하면서 수십억원씩 금융 부담이 늘어난 곳도 있었다.

예를들어 2016년부터 이천시 도립산업단지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해온 엘리베이터 부품생산기업 이앤엠은 70억원을 들여 땅을 샀고, 기존 공장 부지는 팔았다. 공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 각종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산업단지 설계 용역도 줬다. 국토부 승인까지 난 상황에서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2017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본지에서도 이 이슈에 대해 적극 제기해왔다.

[관련기사 참조]

▷2017년 9월4일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①] 환경부 실수(?)로 공장 지으려다 수백억 손해보는 중소기업들’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②] 똑같은 법령 놓고 기관마다 다른 해석…기업만 피해’

▷2017년 12월12일자 ‘[프리즘]‘행정적폐’ 피해 사례?…이천시 김모 사장 케이스‘

이천시가 지역구인 송석준 국회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커졌다.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팔당 상수원 주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기도수자원본부가 ‘팔당상수원 환경정비’ 방안으로 수변 쓰레기와 고사된 수초 등을 제거하고 있다. [제공=경기도]

▶상수원보호구역 개정 추진은 했지만= 환경부는 2017년 12월부터 관련 규정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환경부는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지자체, 해당지역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2018년 중순까지 다섯 차례 실무회의와 일곱 차례 협의 과정을 거쳐 특대고시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공장을 무조건 짓지 못한다는 기존 고시를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외부에서 새로운 공장이 들어와 증설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지만 특대지역 상호간 공장이전인 경우, 발생폐수를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0mg/L 이하에서 공공폐수처리시설에 유입시켜 처리하는 경우 등이면 가능하도록 했다.

공장 건립이 중단됐던 중소기업들은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반색했다. 사업이 중단된 대부분 공장들은 이런 조건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이 안을 최종안으로 결정해 지난해 7월 행정예고 했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물을 마시는 서울시와 인천시가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산업단지로 이동한 공장의 기존 부지에서 추가로 공장이 지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은 부지가 민간 사유지역이어서 규제할 수 없고, 중장기적으로 추가 공장이 생길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특대고시 개정작업은 다시 난관에 빠졌다.

▶원점으로 돌아온 특대고시 개정= 특대고시 개정은 현재로선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서울시, 인천시가 반대하는 만큼 기존 특대고시 개정안을 다시 원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피해 기업 구제책은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고시 개정작업이 길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 문제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수원보호구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지난해 상반기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특대고시 개정안을 만들 때, 애초에 하류지역(서울시ㆍ인천시) 의견도 충분히 반영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무능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없다”고 했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공장 설립 추진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이천시 일부 중소기업은 아예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생겼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환경부가 계속 사업 추진을 끌면 손해를 보는 것은 중소기업뿐”이라며 하소연했다.

/jumpcut@heraldcorp.com

[논란의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①]공장설립 피해입은 중소기업 구제방안 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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