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北최고인재는 이공계 선호해…SKY캐슬 문화 있다” 北 과학자들이 본 남북
뉴스종합| 2019-02-10 18:25
[출처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북한도 남한처럼 대학 라벨이 엄청 중요한데, 최고의 라벨은 김일성종합대학이다. 자동화학부(컴퓨터공학부), 물리학부, 수학부, 화학부, 생물학부 순으로 인기가 많다.”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북한 과학도들에게 듣다’ 대담에서 북한 출신 과학자인 씽크 씨(가명)는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0년대 들어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은 과학중심 사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 출신보다 이공계 출신을 더 중요시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망초 씨는 “북한 대학 정원의 60~70%가 이공계 학과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학생을 ‘직통생’이라고 한다. 이 인원은 전체 인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씽크 씨는 “나머지 90% 정도는 고등학교 졸업 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직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에 물망초 씨는 “대학도 군에서 승인을 해줘야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 대학 입학은 평생 안정적인 직업과 삶이 보장되는 프리패스 입장권이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북한 출신 과학자들은 고위층들은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입으로 말했다. 입시 과외는 필수적이다.

바다 씨는 “철저히 피라미드식으로 영재가 선발된다”며 “평양제1중학교에서 선발된 인원이 평양제1고등학교를 가고 이중에서 뽑힌 인원이 김일성종합대학에 간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고위층 자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과외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 마음은 남북한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학 입학시험 주관식으로 이뤄지며 시험 과목은 7개다. 싸이언 씨는 “영어, 국어,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는 암기를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그래서 수학, 물리, 화학 위주로 과외가 이뤄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외로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물망초 씨는 “북한에서 한 달 용돈이 10달러가 안 된다”며 “그런데 한 달 과외하면서 10달러 정도 벌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씽크 씨는 “북한 고위직 간부에 이공계 출신 과학자들이 많다”며 북한에서 이공계 출신 인재들이 받는 경제적인 혜택에 대해 말했다.

그는 “최근 완성된 서울 강남에 해당하는 ‘여명거리’에 있는 고급 주택을 과학자에게 무상으로 배정하고 교수 3명당 1대씩 승용차와 기사를 준다”고 했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주택난이 심각해 집 한 채를 두 가구 이상이 쓰는 게 일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에게 최고의 아파트를 선별해 배정해 주는 것은 상당한 혜택이다.

바다 씨는 “최고지도자 명의로 생일상이나 선물을 받는 등 과학자들에 대한 보너스도 많다”며 “유명한 과학자는 애국열사로 지정돼 안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북한 과학자들이 집을 옮기고 나면 원래 살던 집이 빈 집이 되는데, 이 집을 얻기 위해 북한 사람들이 무지 애를 쓴다”며 “이런 빈 집을 가리켜 ‘뒤그루’라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처 데이비드 스탠리/위키피디아]

이날 북한 출신 과학자들은 남북 간 서로 다른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이언 씨는 “한 탈북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며 “내가 학교 오니까 북한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서 로켓을 만드는데 남한의 최고의 인재들은 쌍커풀을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배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예뻐지는 것도 최고의 가치가 될 수 있다’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북한 대학 내 술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대학 내에서 술을 마신 학생에 대한 사상 총회가 열릴 정도다. 그는 “학교 밖에서 술 마시고 교내로 왔다가 교수님한테 걸린 학생이 있었는데, 당시 그 학생은 비판서를 열 장 넘게 썼다”고 했다. 북한 대학생은 교복을 입고 모자도 써야 하며 대학 배지도 달고 다녀야 한다. 이를 어기면 대학 선도부가 규제를 한다.

아울러 북한 대학 내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어 밤을 새 연구를 해야 할 경우 집에서 쌀을 가져와 밥을 해 먹으며, 대학 근교로 맛집이 형성되고 있는데 주로 콩고기, 두부를 파는 곳들이라고 한다.

한편 수학 과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남북 언어도 다르다. 북한에는 사인을 ‘씨누스’, 탄젠트를 ‘땅겐스’라고 말한다. 집합은 ‘모임’이며, 곱수는 ‘합율’이다. 컴퓨터 백신은 ‘컴퓨터 왁찐’이라고 한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과 카오스재단, 서울대학교 시민과학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인터파크가 후원한 이날 ‘북한 과학도들에게 듣다’ 대담은 ‘과학자들의 꿈과 도전: 과학 선율’ 강연 프로그램의 여섯 세션 중 하나였다. 북한 과학기술인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과 녹음이 금지됐다. 참석자들은 이름 대신 ‘싸이언’, ‘물망초’, ‘바다’, ‘씽크’ 같은 별명을 사용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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