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르포] PK에서 다시 맞붙은 全大 후보들…장내 ‘차분’ 장외 ‘혼란’
뉴스종합| 2019-02-22 09:41
-‘극우 논란’ 의식해 “당 품격 높여야” 재차 강조
-연설회장 밖에서는 ‘5ㆍ18’ 둘러싸고 일부 충돌도
-후보들 ‘막말’은↓, 정부ㆍ여당 비판 수위는↑ 

연설회장 앞에서 당 대표 후보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지지자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유세에 나서고 있다. 뒤에는 5ㆍ18 망언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유오상 기자/osyoo@]

[헤럴드경제(부산)=유오상 기자] “야유가 나올 때마다 당원 여러분이 박수로 야유를 덮어주십시오. 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사람들인지 여러분이 직접 보여주셔야 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 현장. 전당대회 후보들의 연설에 앞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자 장내는 박수와 환호가 뒤따랐다. 사흘 전 열렸던 TK(대구ㆍ경북) 연설회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쏟아지던 야유와 욕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후보들의 연설에서도 야유와 욕설은 줄어들었고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2ㆍ27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난 21일 부산에서 다시 맞붙었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다함께 미래로”라는 구호 아래 그간 논란이 됐던 ‘극우 프레임‘과 선 긋기에 나섰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연설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장외에서는 여전히 충돌이 발생하는 등의 혼란을 보였다.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부산과 울산, 경남, 제주권 유권자가 모두 모였다. TK에 이어 7만명이 넘는 책임당원이 있는 주요 표밭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연설회가 ‘막말 논란’ 등으로 얼룩지자 당 지도부는 가장 먼저 “우리 당에 대한 걱정을 씻을 수 있도록 하자”며 극우 논란 차단부터 나섰다. 박관용 당 선거관리위원장부터 “일부 대의원들이 과격한 행동을 삼가야 당의 품위를 살릴 수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재차 당부했다.

지난 연설회에서 “저딴 게 대통령”이라는 등의 과격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아예 사과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후보는 “젊은 혈기에 실수한 것으로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이에 지지자들도 박수를 보냈다.

연설회장 장내에 설치된 펜스 뒤로 지지자들이 연설에 나선 후보들을 응원하고 있다.[유오상 기자/osyoo@]

실제로 이날 연설회장은 지난 대구 연설회 때 불거졌던 과열 차단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피켓을 든 지지자들은 펜스 뒤로 물러났고, 무대 앞쪽에는 400석 규모의 내빈석이 마련돼 단상과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차단이 이뤄졌다.

지지자들도 당의 요구에 응하며 연설회는 별다른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각자 지지후보가 연설 중일 때만 환호성이 나왔고, 상대 후보를 향한 욕설이나 집단 야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 참석한 한국당 관계자는 “(과열 논란 탓에) 지지 후보별로 장내 참여 제한을 두는 할당제까지 얘기가 나왔었다”며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지지자들과 거리를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참가한 한 지지자가 ‘5ㆍ18은 폭동이다’란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유오상 기자/osyoo@]

그러나 차분한 분위기의 장내와 달리 장외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행사 시작 전부터 5ㆍ18 유가족 등 시민단체들은 “학살을 정당화하는 괴물집단 한국당을 규탄한다”며 피켓 시위에 나섰고, 일부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아예 ‘5ㆍ18은 폭동이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행사가 시작된 직후에는 지역 대학생들이 당 대표 후보인 김진태 의원을 향해 몰려들어 기습시위를 펼쳐 경호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날 연설회에서는 ‘극우 논란’을 의식한 가운데서도 정부ㆍ여당을 향해서는 강한 발언이 이어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돈 퍼줄 궁리만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말했고, 김준교 후보는 “베네수엘라에 마두로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문(文)두로가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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