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굶어죽은 어린 새의 뱃속 가득 쓰레기…“인간의 행동을 비추는 거울이죠”
라이프| 2019-02-25 11:17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성곡미술관 ‘아름다움 너머’展


Midway:Message from the Gyre, 64x76cm, Archival Pigment Print_PLEXIGLAS. XT (UV100), 2009~, Chris Jordan. [성곡미술관 제공]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그의 사진도 그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몸뚱이가 다 썩어 사라지고, 깃털과 뼈만 남은 새의 시신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하다. 병뚜껑, 칫솔, PT쪼가리 등 소화가 안되는 물건을 배부르게 먹은 어린 새는 아마도 배가 고파 죽었을 것이다. 너무나 처참한 죽음이다. 편리만을 추구한 인간의 이기심이 죄없는 새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최근 급격하게 몰아친 플라스틱 반대 운동은 이 충격적 사진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의 ‘미드웨이 시리즈’다. 태평양의 미드웨이섬을 8년간 오가며 바다새 알바트로스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목도한 작가는 플라스틱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공포와 슬픔을 묵묵히 기록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간혹 이미지를 조작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플라스틱을 움직이지도, 포토샵을 하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찍었다”고 했다. 그는 “인간 행동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조던의 개인전 ‘아름다움 너머(intolerable Beauty)’가 서울 중구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재단법인 숲과 나눔이 주최하고 성곡미술관과 플랫폼C가 주관하는 전시는 인간이 자연에 하고 있는 행동, 그 적나라한 모습이 펼쳐진다. 전세계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미드웨이 시리즈를 비롯 등 사진작품 60여점과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도 상영된다.

조던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그가 활용하는 이미지들은 명화 혹은 널리 알려진 역사적 장면을 차용한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지금 전 지구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가 드러난다. 멀리서 볼땐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핵 폭발의 구름 사진 수천장이 드러난다.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타이타닉호가 첫 항해에서 침몰 했듯, 인간의 교만을 지적한 것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한 ‘비너스’도 비닐봉지 이미지를 이어붙여 만들었다. 바다에서 태어났다는 비너스는 이제 바다에 버려진 비닐에서 탄생한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사용하는 종이가방 114만개를 차곡차곡 겹쳐 대형 나무형태로 만든 사진 옆엔 독일 슈마바 국립공원 설경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도 1년후 종이봉투로 변한다는 걸 말한다. 아름다운 보름달은 신용카드 수만장을 겹쳐 만들었고, 3초마다 한장씩 미국 가정에 배달되고 바로 버려지는 전단지로는 만다라를 그렸다. 아름답긴 하지만 견딜 수 없는, 말 그대로 ‘인톨러러블 뷰티(intolerable beauty)’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