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흰색 피 가진 남극빙어, 찬 바다서 살아남은 이유 밝혀졌다
뉴스종합| 2019-02-26 08:32
-극지연, 남극빙어의 게놈 분석으로 남극어류 진화 기작 규명

남극빙어 [출처 극지연구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극지연구소는 국내 연구팀이 척추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피가 흰색인 남극빙어의 게놈 분석을 완성했다고 26일 밝혔다. 박현 극지연구소 극지유전체사업단장 연구팀은 남극빙어 3만773개의 유전자와 남극대구와 드래곤피쉬 등 다른 어류와의 게놈 비교 분석을 통해 차가운 바다 환경에서 남극빙어의 생존 전략을 찾아냈다.

남극 바다에는 산소가 많이 녹아있다. 이로 인해 남극빙어는 체내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이 없는 형태로 진화했다. 혈액을 붉게 만드는 헤모글로빈이 없는 남극빙어의 피는 흰색을 띄게 됐다.

또 남극어류는 일반어류에 비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밀도가 높아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활성산소는 생체조직 내부에서 생성되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인데 따로 해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포를 손상시킨다. 활성산소 저해 유전자 ‘엔큐오(NQO)’가 남극대구와 드래곤피쉬와 같은 일반어류에선 2~10개가 발견된 반면 남극빙어 게놈에서는 33개가 발견됐다.

또 다른 활성산소 억제 유전자 ‘에스오디3(SOD3)’의 경우 일반 어류가 1개를 가진 것과 달리 남극빙어는 3개를 가졌다. 남극어류가 자체적으로 활성산소를 해독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매커니즘을 밝힌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극빙어와 남극대구의 혈액(A), 남극빙어와 남극대구의 아가미(B,C) [출처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남극빙어가 특히 어린 치어 때부터 극저온의 바다를 견뎌낼 수 있는 유전자 ‘조나펠루치다(Zona peullucida gene)’도 일반어류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백야와 극야를 오랜기간 겪으며 생체시계와 관련된 유전자인 ‘피리어드(Period)’와 ‘크립토크롬(Cryptochrome)’의 손실이 있음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남극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122종의 남극 고유 어종은 약 8000만 년 전 큰 가시고기에서 분리돼 진화해왔다”며 “남극빙어는 가장 최근인 700만 년에 분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1일 영국의 웰컴 생어 연구소에서 출범한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의 일부로 극지연구소는 국내 유일 기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핵생물 유전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목표다. 해당 연구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환경학과 진화’에 발표됐다.

박 단장은 “이번에 확인된 유전자 정보는 혈액질환과 저온치료 같은 의학적 연구는 물론 겨울철 한파로 인한 양식 어류의 폐사 예방 등 산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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